사람들마다 꼭 해보고 싶은 것 한 가지 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이룬 사람은 최고의 기쁨을 느낄 것이다. 나에게도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고, 나는 그것을 이루어낸 기쁨을 맛보았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순간은 내 몸에 문신을 새겼을 때이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문신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SNS에서 멋진 문신을 보거나 아는 형들의 문신을 보면 그저 신기하고 부러웠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이 몸에 문신을 새긴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금단의 세계였다. 나는 남들이 좋아하는 여자 친구나 게임 따위에는 1%의 관심도 없었다. 오직 문신만이 나의 최고의 관심사였다. 내게는 문신이야말로 예술이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출구이며, 나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멋진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신은 한번 새기면 죽기 전까지 평생 몸에 새기고 있어야 하는 것이어서 아무나 도전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도 나는 ‘언젠가 문신을 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점점 키워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대한민국 고등학생 시절이 드디어 끝났다. 성인의 시대를 여는 문턱을 넘어서는 때가 온 것이다. 성인이 되면 제일 먼저 해보고 싶은 것이 문신이었다. 그래서 문신을 새기기로 확정을 지었다. 먼저 타투이스트를 알아보았는데, 그 과정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평소처럼 SNS에서 타투를 검색하며 알아보던 중에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SNS에서만 구경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타투샵을 방문해서 상담을 받아보는 방법을 생각했다. 왜냐하면 타투이스트들은 많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문신이 있으며, 어떤 장르가 있으며,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등등 여러 가지 정보를 직접 얻을 수 있겠다 싶었다. 문신을 새기기로 결정은 했지만 어떤 문신을 할지 오랫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떤 장르의 문신을 해야 내가 평생 후회하지 않고 만족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의 크기가 좋을까? 그렇게 매일 문신에 대해 생각하며 하나하나 생각을 좁혀나갔다. 그리고 지인의 추천을 받아 타투샵을 방문했다. 타투샵에 방문해서 나는 타투이스트와 함께 도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결과 나는 블랙엔그레이라는 장르를 선택했다.
그렇게 하여 드디어 내 몸에 문신을 새기기 시작했다. 나는 모두 3번 문신을 했다. 2017년 12월과 2018년 5월, 9월에 작업을 하였다. 처음에는 왼손에 십자가 하나를 새겼다.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멋있지가 않고 뭔가 비어 보이고 허전해 보여서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5월에 타투샵을 한 번 더 방문하게 되었고 왼쪽에 인디언을 그려 넣었다. 그랬더니 뭔가 스토리가 있어 보이고 제대로 문신을 새겼다는 만족감이 생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왼손에 있는 십자가 하나가 허전하고 어색해 보였다. 그래서 또 4개월 동안 여러 번 상담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십자가에 커버업을 하기로 했고 또 타투이스트와 상담을 했다. 오른쪽에는 천사를 그렸다. 그렇게 하여 내 양쪽 팔에는 인디언과 천사가 새겨지게 되었다. 이제 그들은 내 몸의 일부이자 내 피부가 되었고 나의 상징이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문신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더 하게 된다면 몸에 살색이 없을 것 같기 때문에 참고 있다. 물론 하나 정도는 더 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문신을 하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내 팔에 문신 3개를 새기는 데 18시간이 걸렸고 비용도 80만 원 정도나 들었다. 내가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해내는 것이어서 그만한 대가를 치렀지만 기분은 너무 좋았다.
나는 지금도 SNS나 지인을 통해 문신에 대해 자주 알아보고 있다. 그만큼 내게 문신은 매력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문신을 새긴 사건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처음 내 몸에 문신이 새겨졌을 때의 설레는 마음, 해보고 싶은 일을 해냈을 때의 쾌감은 다시 맛보지 못할 감정일 것이다. 어쩌면 어른이 되고 나서 나는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문신에 대해 부모님께 의논드렸을 때 “인생은 한 번이고,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부모님의 그 말씀은 내 가슴에 용기라는 단어를 심어주었다. 그리고 내 몸에 새긴 문신은 어떤 자부심을 내게 선물해주었다.
조재현(경영정보학과·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