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안과의사로 진료와 수술에 전념하면서 드라마, 영화 출연 제의나 섭외가 있으면 출연을 하고 촬영에 임했던 것이 벌써 15년 정도, 약 12편이 되었다. 20년 이상 환자를 보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치고, 항상 웃는 얼굴로 환자들을 대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었다.
그때마다 욕쟁이 할머니 식당처럼, 욕쟁이 안과의사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겠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현실에는 상상도 못 할 욕지거리도 해 보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어떤 작품이 기획된다더라 하는 소문을 듣는 순간 혹시 내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설렘부터 시작되고 시나리오를 보면서 오디션을 준비하고 역할에 맞는 의상과 액세서리도 준비하면서, 촬영을 마치고는 어떻게 편집될까를 궁금해하고, 평론을 보면서 배우로서의 삶을 누리게 된다.
비록 문장 한두 줄의 대사가 대부분인 단역이지만 배역을 분석하면서 다른 사람의 삶 속에 들어 가 보니 안과 의사로서의 나의 일과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고 영화나 드라마 작업 중 차기작을 고민하는 감독과 배우들을 보면서 대기실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안과의사인 나는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연기를 하면서 체계적으로 연기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느껴, 극단 연출가 선생님을 찾아 발성 연습을 하며 준비를 하고 있다.
경남에서 유일하게 미국 볼티모어 아이뱅크와 연계하여 무료 각막이식수술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저희 병원은67예의 각막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여 실명 환자에게 밝은 빛을 선사하였고 그동안의 영화·드라마의 출연료는 전액 무료 각막이식수술 비용으로 기부했는데, 그동안 각막이식수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항상 관심을 가지고 준비한 꿈을 이제는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막이식수술 경험에도 불구하고 각막을 구할 수 없어 각막이식수술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던 중 라이온스 클럽을 통해 미국으로 준비된 자료를 보내 각막을 받을 수 있었고, VJ를 통해 촬영하여 각막이식 수술과정, 수술 이후 환자의 모습들을 담아서 보낸 결과, 미국 라이온스 클럽과 메릴랜드 볼티모어 아이뱅크에서는 각막 지원을 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연기든 각막이식수술이든 이를 수행할 기회는 언제든 올 수 있겠지만 준비된 사람만이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어 자신의 영역에서 다가올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작은 역할을 맡아도 등장하는 장면 안에서는 자신이 주연이라는 생각으로 연기하는 이 세상 모든 단역 배우들처럼 우리 모두가 주연이라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자에겐 반드시 꿈은 다가올 미래임을 확신한다.
정기용(마산 정안과의원 대표원장, 행정대학원 통일미래최고위과정 제14기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