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이혼 증가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두 사람의 이혼에는 각기 다른 이혼 사유가 존재한다. 과거에는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이 많았지만, 지금은 마냥 그렇지도 않다. 이혼이 긍정적인 이미지는 아니지만, 이혼을 통해서 서로가 행복하다면 이혼이 효과적인 방법임은 분명하다.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도, 행복을 줄 수도 있는 그 이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 사회부
결혼의 반대말, 이혼
이혼이란, 부부 한쪽 혹은 양쪽 모두의 잘못이나 단순히 서로 잘 맞지 않아 혼인 관계를 해소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두 사람 모두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흔히 법적인 혼인 관계를 종료시키는 행위만을 이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적인 이혼 외에 사실상 이혼한 부부와 다름없이 사는 ‘사실상 이혼’ 또한 이혼의 한 종류이다. 반대로 법적으로는 이혼하였으나 사실혼 상태를 유지하는 ‘서류이혼’ 또는 ‘위장이혼’도 존재한다.
이혼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이다. 두 사람 간에 이혼 여부 및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면 별도의 소송 과정 없이 이혼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협의이혼이다. 재판상 이혼은 절차를 밟아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두 사람 간의 이혼 여부가 제대로 협의가 끝나지 않거나 친권 및 양육권에 원활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등에 재판상 이혼을 하게 된다.
솔직하지 못한 이혼 사유
이혼 신고서 이혼 사유란에는 보기 7개가 나열되어 있다. 2016년 통계에 의하면 성격 차이(45.2%), 경제문제(10.2%), 가족 간 불화(7.4%), 배우자 부정(7%), 정신적·육체적 학대(3.6%), 건강 문제(0.6%), 기타(19.9%), 미상(6.2%)으로 집계되었다. 이혼 신고 시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에는 ‘성격 차이’로 이혼한다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러나 실제 성격 차이가 아닌, 경제문제가 이혼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났다. 경제문제는 남들한테 직접 말하기 꺼려지는 이유이기에 사람들은 가장 무난한 대답인 성격 차이를 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통계에 과도한 의미 부여는 할 수 없다. 이혼하는 이유는 대게 복합적이며, 달랑 한 가지 이유만으로 이혼하는 경우는 적다.
위 내용에서 언급한 것처럼, ‘경제력 부족’이 실제 대부분의 이혼 사유이다. 그러나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체면 때문에 속물로 비치지 않기 위해 다른 사유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또한, 자신의 이혼 사유가 경제문제에 있음을 자각하지 못한 경우도 존재한다. 경제력 상실이 일어나자마자 이혼하는 경우는 드물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부부 간 갈등의 증가로 이어져 가정 관계가 파탄이 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당사자들은 경제력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다른 원인을 찾게 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기된 것처럼 핑계인 사례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실제로 경제력이나 다른 핑계와는 아무 연관 없이 단순 성격 차이에 따른 이혼이 많이 이뤄진다고 한다. 부부가 갈등을 참지 않고 이혼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하다 보면 가치관과 성향에 따라 충돌이나 다툼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다툼이 잦아지면 당사자들은 더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혼을 택하게 된다.
이 외에도 불륜, 가정폭력, 정견 차이, 종교 차이 등 수없이 많은 이혼 사유가 존재한다. 사랑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현실적인 사유들이 너무도 많다. 물론 이혼을 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즐기며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러나 여전히 ‘이혼’이라는 두 글자 뒤에 따라오는 수많은 꼬리표는 두 사람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줄 뿐이다.
다양해져 가는 이혼
몇 년 전 ‘황혼이혼’과 ‘졸혼’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우선 황혼이혼이란, 이혼의 한 종류로 한 부부가 자녀를 낳아 다 성장시킨 이후에 하는 이혼을 뜻한다. 보통 자식이 사회에 진출할 때까지 키우면 부부의 나이가 50~60대 정도 된다. 보통 50대 이후를 인생의 황혼기라고 부르며 그때 하는 이혼을 황혼이혼이라고 한다. 황혼이혼은 과거 집단주의 사회에서 개인주의 사회로 전환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과거에는 ‘그래도 가족이 최고지’ 했던 게 요즘은 ‘무엇 하러 이렇게까지 살아야 해?’로 바뀌었다. ‘졸혼’도 요즘 사회에 새로 등장한 혼인 관계 중 하나다. 그동안의 결혼 생활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이혼하지 않고도 부부가 서로 간섭하지 않으며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남편과 아내가 따로 거주하며 평상시엔 각자 생활을 하다 집안에 대소사가 있는 날에만 모이는 가정사에 있어 공적인 관계를 뜻한다. 이혼은 왜인지 모르게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만, 황혼이혼과 졸혼을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이혼을 택함으로써 본인의 행복과 가치를 느끼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원치 않는 결혼을 했을 때 이혼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한동안 실시간 검색어는 유명 연예인 K부부의 이혼 내용으로 가득 채워졌다. 더군다나 평소 사랑꾼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였기에, 배신감은 배로 늘었다. SNS에서 펼쳐진 두 부부의 진흙탕 싸움에 많은 말이 오갔다. 심지어 유명 연예인 부부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이혼을 원치 않는 상황이다. 무엇이 그들을 이런 상황에 몰아넣었는지 알 수 없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던 그 부부의 이혼 소식은 우리 모두를 큰 충격과 실망감에 빠뜨렸다.
과거에는 이혼을 한 두 남녀를 향한 시선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혼남’, ‘이혼녀’라는 수식어는 마치 죄인인 듯 당사자를 주눅 들게 했다. 그러나 요즘은 이혼율이 월간 9,900건과 연간 10만 8,684건으로 큰 수치를 차지한다. 대중 매체에서 받아들이는 ‘이혼’이라는 단어 자체도 전보다 많이 개선된 느낌이다. 과거에 비해 타인에 시선을 크게 개의치 않는 사회도 한 몫 거들었다. 이혼한 당사자들은 전과 달리 오히려 더 당당하게 자신이 이혼했음을 밝힌다. 한 번 하기도 쉽지 않은 이혼을 몇 번씩이나 하는 사람도 있다. 조금만 맞지 않아도 쉽게 이혼하는 경향도 없지 않지만, 남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살고 싶은 인생을 사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타인에게 관심이 너무 많다. 다른 사람이 이혼하든 말든, 그 관심을 자신에게 돌려 자기 발전에 좀 더 신경 쓰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