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진보하려면 진부하지 않아야한다
[월영지] 진보하려면 진부하지 않아야한다
  • 성유진 기자
  • 승인 2018.03.27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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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에 염증이 난 적이 있다. 퉁퉁 부은 목 안에 침을 삼킬 때마다 미친 듯이 따갑고 씁쓸했다. 최근의 내가 그렇다. 발간된 학보를 볼 때 마냥 뿌듯하지만은 않았다. 조금 숨겨두고 싶은 기사가 있기도 했다. 성에 차지 않는 문장력과 학보에 어울리지 않는 소재는 꼭 떼쓰는 어린 아이처럼 얄밉게 보였다. 나의 언어로 ‘학보 슬럼프’에 빠졌다고 하겠다.

 나는 고해성사를 하고 있다. 학보가 이렇게 보였던 건 최근의 얘기가 아니다. 몇 년 치의 학보를 읽은 적이 있다. 분명 흥미로운 기사는 있었지만 한숨이 나왔다. 나중엔 지루하기까지 했다. 마치 매일 똑같은 TV 편성표를 보는 기분이다. 기념일에는 축사를 받고, 칼럼에서는 청춘을 외친다.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려해도 잘 되지 않았다. 일은 많고 시간은 적었다. 게중에 시도한 몇 개는 있었지만 내 생각만큼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계획만 하고 무산된 소재도 적잖이 많았다.

 계속해서 했던 소재를 해오니 마음은 편하다. 못하든 잘하든 중간은 가기 때문이다. 별다른 수고를 들일 필요도 없다. 선배들이 해온 편집을 그대로 베끼면 된다. 시간은 줄고 고생은 덜 하는 최적의 방법이지만 그게 전부다.

 새로운 시도. 말은 거창하지만 실상은 고생으로 가득 차 있다. 기존과는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학생 기자들의 생각은 끊임없이 부딪치고 그 과정에서 짜증과 비난으로 이어질 때도 있다. 또한 실패할 확률이 크다. 하지만 나는 학보에게 물어보고 싶다. 대학생이 주축인 대학 언론이 실패할 확률이 큰 건 당연한 일 아닌가? 또한 우리가 실패한다고 한들 그것이 무슨 잘못인가?

 학보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던 중, 최근 알게 된 지인에게 학보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몇 년 만에 본 학보의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 누가 언제부터 바꾼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대단한 것 같다.’ 몇 글자 안 되는 이 내용은 내 머리를 울리기 충분했다. 누군가는 이 말을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정말로 학보를 바꾸기 위해 끙끙대며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흔적을 누군가 발견했다.

  그렇다. 실제로 학보는 변하는 중이다. 사람들은 지금의 학보를 도전 체제라고 말했다. 동영상을 만들고 다른 소재의 글을 썼다. 물론 그 결과가 모두 좋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보는 잃을 게 없다.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면 된다. 물론 그 시도는 상식선을 지키는 사이에서 이뤄져야 한다. 메이저 언론은 실패하면 돈을 잃겠지만, 대학언론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겐 마음껏 도전할 기회가 있다. 그리고 그 도전을 지지해주는 독자들이 있다.

 2018년, 기자실의 공기는 ‘변화’라는 단어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 공기가 계속해서 지속되었으면 한다. 앞으로의 후배들이 지금의 학보를 쥐어뜯으며 더 나은 학보로 발전하려 발버둥치길 바란다. 진보하려면 진부하지 않아야한다. 그것이야말로 대학 언론의 할 일이다. 더 나아갈 62주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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