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내 건 팻말, “아이들은 들어오지 마세요(No Kids Zone)”
어른들이 내 건 팻말, “아이들은 들어오지 마세요(No Kids Zone)”
  • 언론출판원
  • 승인 2019.06.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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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노키즈존’이라는 팻말이 붙은 가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노키즈 존’이란 영유아와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업소를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처음 ‘노키즈 존’의 취지는 성인 손님을 배려하고 영유아 및 어린이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유아동의 출입을 자제하는데서 시작되었다. 이른바 자신의 아이들밖에 모르는 ‘맘충’(mam(엄마) + 벌레 충(蟲)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은어)으로부터 고객과 사업자들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현재의 사정은 다르다. 새로 개업한 가게나 인기 있는 상점에는 너나할 것 없이 ‘노키즈존’이라는 팻말을 붙이고 있다. 마치 ‘노키즈존’이라는 팻말이 “우리 가게는 고급스럽다.”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사라진 ‘노키즈존’ 속에서 성인 손님은 정말로 만족스럽게 가게를 이용하고 있을까? ‘노키즈존’이 더 늘어난다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손님들은 어디로 가야 되는 것일까?

  2018년 11월, 제주도에 사는 동화작가 전이수 군이 SNS에 올린 일기가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제주도에 사는 꼬마 동화작가 전이수(12) 군은 지난해 11월 동생의 생일을 맞아 동생이 정말 먹고 싶어 했던 스테이크를 먹으러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의 식당으로 향했다. 전이수 군은 동생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기쁨에 젖어있던 것도 잠시, 자신과 동생의 출입을 막는 직원으로 인해 금세 울상이 되었다. 그 가게는 바로 ‘노키즈존’ 이었던 것이다. 나이가 어린 전이수 군과 동생은 가게의 출입을 통제받았다. 전이수 군의 가족은 동생의 생일을 맞아 다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집에서 1시간이나 걸리는 식당을 왔지만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것이다.

  전이수 군 가족의 ‘노키즈존’ 경험 사례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 혹은 가까운 지역에서 영유아 및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가게 출입을 제재 받은 이야기는 심심찮게 SNS에 등장하고 있다. 어른들이 정한 규칙에 아이들의 작은 행복은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일부 몰지각한 어린이 동반 고객들 때문에 많은 수의 가족 동반 고객들이 자신의 행복권을 빼앗겨 버린 상황이 되어 버렸다. 또 때로는 ‘노키즈존’을 상업적으로 악용하여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것은 사업주들의 무제한적인 상업적 자유권에만 손을 들어주는 꼴이 되어 버린 셈이다. 이렇게 어른들이 마음대로 정해놓은 ‘노키즈존’은 어린이들을 위험 집단으로 설정하여 차단하고 기본권마저 박탈한 것이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은 식당에 오면 시끄럽게 떠들고 가만히 있지 못할 것이다.’ 라는 고정 관념으로 생겨난 ‘노키즈존’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마저 갈 곳이 없게 만들었다.

  물론 식당이나 가게에 어린아이들이 없다면 시끄럽거나 산만한 분위기가 덜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아이들만 없어진다면 가게는 평화로울 수 있을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상 손님들은 가게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수다를 떠는 중년의 남녀 손님, 애정 행각을 심하게 벌이며 주변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손님, 너무 오래 자리를 여럿 차지하고 버티는 손님들 등 주로 성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진상 손님들이라고 해서 성인 손님을 제재하는 ‘노성인존’ 같은 것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러한 성인 손님은 진상이지만 ‘성인’이라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어떠한 권력도 없는 아이들은 힘없이 밖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2017년 11월 국가인권위에서는 ‘노키즈존’은 어린이들에 대한 차별이라 판단하여 개선권고를 내린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키즈존’의 수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새로 생긴 아파트촌 부근이나 상업적인 지역에서 ‘노키즈존’ 팻말을 내걸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팻말을 내건 지역에 영유아 및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가구가 많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아이들을 없애야 하는 얼룩처럼 생각하며, ‘노키즈존’을 마치 청정구역의 표식인 것처럼 여기고 있다. 사실 ‘노키즈존’을 운운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자정작용이 먼저 필요하다. 공공시설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보호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다른 사람들은 보호자와 아이를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아이들이 차별받는 ‘노키즈존’ 같은 공간은 필요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들어오지 마세요(No Kids Zone).”라는 어른들이 내걸은 팻말을 통해서 소박한 행복에까지 상처를 받는 아이들이 없길 바란다.

김현지(국어국문학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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