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처음, 그 특별한 순간
[월영지] 처음, 그 특별한 순간
  • 박수희 기자
  • 승인 2019.03.06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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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월영지다. 무엇이든 처음이란 건 다른 것에 비해 특별하다. 편집국장이 된 후 처음 쓰는 월영지인만큼 그런 특별함을 담은 글을 써볼까 한다. 물론 다른 이에게는 평범한 일상일지도 모른다.

  사실 좀 더 힘을 줘서 월영지를 써볼까도 생각해봤다. ‘누가 봐도 유식해 보이고 공들여 썼다는 흔적이 새겨진 글을 써야지.’ 하지만 영 진행 속도가 나질 않았다. 쌓여가는 스트레스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아직 모두를 만족 시킬만한 글을 쓰기엔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했다. 그제야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작년 한 해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특히 인사발령이 난 후, 감당하지 못한 스트레스에 지쳐만 갔다. 그런 나를 버티게 해준 건 바로 세부 여행이었다. 두 번째 해외여행이었지만 나에겐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온전히 내 힘으로 여행 경비를 벌었고 스스로 예약하며 여행 일정을 짰다. 또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여행 물품을 사고 보호자 없이 또래와 함께 단둘이 하늘을 건넜다. 모두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마침내 출국일이 다가왔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정신은 또렷하고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피곤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비행시간 내내 신이 났다. 창밖에 펼쳐진 화려한 야경과 활주로 불빛, 복잡했던 입국 신고서, 텅 빈 유상좌석과 승무원 등. 4시간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다.

  비행기가 멈추자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캐리어를 찾았다. 공항 자동문을 지나자 한국과는 다른 날씨가 펼쳐졌다. 여름 온도에 가을바람이 불었다. 선선하고도 온화했다. 픽업 차량이 늦어져 생긴 짜증도 금세 날아가 버렸다. 친절한 현지인도 깨끗한 호텔도 모두 감동이었다.

  관광이 목적이었던 첫날을 제외하고 우리는 현지에서 액티비티를 즐겼다. 패러세일링, 스노클링, 오슬롭 고래상어 투어와 가와산 캐녀닝 투어. 이 모든 걸 예약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무서워서 용기가 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두려움에 액티비티는 포기하려 했지만, 동행한 언니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너 이거 여기서 안 하면 어디서 해볼래?” 한국에선 절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러나 여행지는 뜻 모를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고작 겁 때문에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았다.

  하늘 위의 자유로움, 아름다운 경치, 서비스로 얻어 탄 제트스키, 바다 수영, 하늘거리는 산호초와 다양한 열대어 등. 패러세일링과 스노클링으로 얻은 값진 경험이었다. 두려움을 참고 고래상어를 바라봤을 때의 그 전율도 잊을 수가 없다. 두 다리 전체에 피멍이 들고 까졌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캐녀닝 투어. 아직도 그 광경과 경치들은 믿기질 않는다.

  벌써 21일이 지났지만, 난 아직 그 기억 속에 살고 있다. 소위 말하는 ‘여행 병’에 걸려버렸다. 이 기억을 바탕으로 이번 학기 시작을 밝히려 한다. 다시 찾아올 처음이란 그 특별한 순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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