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꾸미지 않을래요.” 탈코르셋 체험기
“더는 꾸미지 않을래요.” 탈코르셋 체험기
  • 박수희 기자
  • 승인 2018.09.19 16:3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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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직.해.’ 기자가 직접 해 보았습니다

우리에겐 화장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하얀색 마스크와 푹 눌린 모자. 얼핏 들으면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범죄자의 모습이다. 하지만 우린 이 광경이 낯익다. 화장하지 않은 여학우들의 모습이다. 왜 그들은 생얼을 이렇게까지 숨기려고 하는 걸까?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보았다.

 

개강 여신은 이제 그만, 본연의 나를 찾아서

  기자들 사이에선 의견이 분분했다. 화장하지 않는 것보다 속옷을 입고 다니지 않는 게 더 쉬워 보였다. 그 때문에 서로 속옷을 입지 않겠다고 다투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결과는 기자의 패배였다.

  시작은 개강 첫날이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백이 들어간 선크림, 립밤, 눈썹조차 그리거나 바르지 않았다. 강의실 문을 열자마자 친구들의 비죽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새까만 얼굴과 정리되지 않은 눈썹, 아이라인을 하지 않아 흐리멍덩한 눈매는 웃음을 살만했다. 새삼 못난 얼굴이다. 어쨌거나 나는 일주일 동안 이 얼굴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혼자 듣는 교양 강의에서는 더욱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누구도 나의 얼굴에 관심 두지 않았지만, 괜스레 부끄러웠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약속은 더욱 두려웠다. 친구는 이러한 내 모습을 굉장히 난감해했다. 하지만 기자의 의도를 듣자 이내 “너 참 대단하다”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화장을 하지 않은 모습이 ‘진정한 나’이지만, 가면으로 덮은 나였을 때 더욱 당당해졌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 분장을 포기했을 때 가장 나다운 모습이었다.

 

우리는 여자이기 전에 사람이다

  화장을 포기한 사흘째.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바로 ‘잠’이다. 조금 더 늦게 일어나고 더 빨리 잠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화장에 소요되는 시간은 보통 30분이다. 그 시간을 아껴 단잠을 누렸다. 그리고 리무버로 눈 화장을 지우고, 클렌징 오일을 하고, 클렌징폼으로 씻는 등 3단계가 넘는 클렌징 시간이 없으니 간단한 세수만 하고 나면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매번 겪는 커다란 숙제를 하지 않으니 부담이 덜했다. 파우치로 불룩했던 가방은 가벼워졌고, 한 시간마다 했던 수정 화장은 필요하지 않았다. 화장이 번지지 않았는지, 입술 색깔은 아직 있는지 십 분마다 확인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는 ‘꾸밈 노동’을 계속해서 겪었다. 꾸미는 것을 강요당하고 당연한 일처럼 여겼다. ‘화장 하는 것이 예의다’, ‘꾸미지 않는 여자는 매력 없다’, ‘여자는 긴 생머리가 예쁘다’라는 표현에 자신을 맞춰가며 산다.

  하지만 우리는 여자이기 전에 사람이다. 화장 하지 않아도 존중받아야 하고, 자신의 모습을 감출 필요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충분히 그러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세상이 만든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당신의 ‘탈코르셋’을 응원한다.

성유진 기자

 

“탈코르셋= 남의 시선을 의식해 억지로 꾸미지 않을 것 주장하는 사회적 운동”

 

가슴을 죄어오는 답답함으로부터 벗어나다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 집에 들어왔다. 제일 먼저 입고 있는 티셔츠에 손을 넣고 브래지어를 벗어 던져야 한다. 가방 내려놓기, 화장 지우기, 씻기 등 모두 이 일 뒷전이다. 반나절 이상 갇혀서 창백하던 가슴에 혈기가 돌기 시작한다. 우리는 브래지어를 벗어 던질 때 진정한 해방감을 느낀다. 왜 여성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가슴을 속옷으로 가둬둘까? 입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기자가 직접 ‘노브라’를 체험해 보았다.

 

‘노브라’의 시작은 개강부터다

  개강이 다가오고 있었다. 유난히도 길게 느껴지던 방학에 개강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개강일인 3일부터 10일까지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기로 해 하루가 짧게 느껴졌다. 시작하기 전날, 룸메이트에게 응원을 바라며 일주일간 브래지어를 입지 않는단 걸 얘기했다. 룸메이트는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아…. 진짜? 힘내!” 힘 빠지는 응원에 괜스레 후회가 밀려왔다.

  사실 처음엔 두려웠다. 민낯이 싫어서 속옷을 택한 거지, 속옷도 그다지 좋은 건 아니었다. 초반엔 기사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브래지어를 벗었다. 아침이 밝고 이불 밖으로 손을 뻗었다. 손에 잡힌 브래지어를 착용하려다 멈칫했다. 반쯤 잠긴 호크를 다시 열고 침대 옆에 내려놨다. 외출 준비까지는 매우 순조로웠다. 문제는 강의 들으러 나갈 때였다.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나가려는데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슴을 내려다보니 유두가 툭 튀어나와 있었다. 이왕 경험하는 거 제대로 하자며 패치도 붙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두려움을 겨우 떨쳐 내고 옷장에서 남방 하나를 꺼냈다. 그제야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생각보다 남들 시선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냥 스스로 신경 쓰여 남방으로 상체를 꽁꽁 싸맸을 뿐. 온종일 허리를 구부정하게 만들고 다녔다. 어깨를 도저히 펼 수가 없었다. 친구에게 이번 기사에 대해 귀띔을 해줬다. “제정신이야?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친구는 남방 단추를 채워줬다. 긴 하루가 끝나고 기숙사 앞에 도착할 때쯤, 접어뒀던 허리를 폈다. 옆구리 뒤쪽에서 통증이 올라왔다.

 

내 가슴이 뭐가 어때서?

  통증이 온몸을 뒤덮을 때쯤, 화가 났다. 내 가슴을 왜 이렇게까지 가려야만 할까. 더는 창피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 뒤 용기를 내어 남방을 벗었다. 티가 나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사람이 옆으로 지나갈 땐 신경이 쓰여 고개를 숙였지만. 갈수록 남 시선도 안 느껴졌다. 서울 갔다 올 때, 운동할 때 등 일주일 꽉꽉 채워 속옷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숨통이 트인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과거처럼 몸과 가슴 온도가 따로 놀아서 갑갑하지도 않았다. 뛰고 팔을 들었을 때 속옷이 말려 올라가지도 않았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브래지어를 벗는 일도 없어졌다. 이미 자유로웠으니까. 속옷이 명치를 눌려 숨쉬기 어려운 일도 없었고, 소화가 안 되는 일도 없어졌다. 브래지어 천에 살이 쓸려 상처가 나지도 않았다.

  경악하던 친구들은 이제 고민을 하고 있다. “일주일 체험해보니까 어때? 나도 속옷 입지 말까?” 망설이는 친구들에게 경험을 생생히 말해주었다. 하지만 권하지는 않았다. 탈코르셋의 핵심은 선택과 자유이기 때문이다. 절대 의무가 아니다. 이 기사가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선택은 나의 몫이고, 언제나 자유로워야 하니까.

박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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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 2018-10-08 18:37:42
밑에 댓글단사람들 기사 읽어보기나 한건지? 탈코르셋의 핵심은 선택과 자유이고, 절대 의무가 아니라고 맨 밑에 있는데. 언론의 기능이 뭔지나 보고 비꼬든말든 하시길

어휴 2018-10-03 17:17:17
누가 하지말랬나.. 굳이 기사적었어야했음? 좀 별로..ㅎㅎㅎ 많이하세요 ~

탈코 2018-09-28 07:32:46
많이하세요 ㅎㅎ

은명 2018-12-08 21:34:35
응원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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