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나의 연구, 나의 교육] 신참 교수의 생성형 인공지능 적응 일지
[교수칼럼-나의 연구, 나의 교육] 신참 교수의 생성형 인공지능 적응 일지
  • 언론출판원
  • 승인 2023.09.2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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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술의 도입은 통념과 관행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지금 우리 교육계가 딱 그러하다. 챗GPT의 등장과 학생들의 발 빠른 활용으로 인해 제법 많은 교강사들이 보고서 형태의 과제물 부과에 신중을 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교육자로서 수족이 묶여버린 상황이다. 한때 뜨거웠던 챗GPT의 유행이 사그라든 시점이지만 이 지점에서만큼은 위용이 여전히 용암과 같다.

  물론 이전에도 해피캠퍼스 등 다양한 루트로 보고서를 구입해 자신의 것인양 제출하는 문제적 학생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상황은 교강사들이 약간의 부지런함을 발휘하기만 해도 대처하기 쉬웠다. 이를테면 과제를 부과할 때 요구사항을 까다롭게 한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결과물들을 표절 검사기에 돌려보든지 하면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했다. 그때는 교강사들의 용의가 중요했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국면을 급전개시켰다. 아무리 복잡한 요구를 하더라도 순식간에 작업이 끝난다. 그러면서도 B 정도는 넉넉히 받을 수 있는 적당한 보고서가 나온다. 간혹 헛소리가 섞여 있다고는 하는데, 보고서 한 편에 들이는 공력을 고려하자면, 리스크가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 있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윤리가 어떻고 설교하는 것은 공염불로 대접받기에 십상이다.

  교육자로서 두 가지 선택지가 강제된다. 하나는 과제물을 아예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구더기가 생길 확률이 너무 높으니 아예 장을 담그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하나는 기계가 감당할 수 없는 형태의 과제물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런 종류의 과제를 학생들이 수행하기는커녕 접수하는 것조차 가능할지는 물론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필자에게는 제삼의 길이 필요해 보였다. 이에 지난 학기 <창의글쓰기> 강좌에서 최종과제물을 학생 본인이 아닌 각자의 챗GPT가 쓰게 해보았다. 평가의 기준은 ‘개성’이었다. 즉, 챗GPT로 하여금 본인의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학습하게 만드는 것이 과제의 관건이었다. 덕분에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거의 매주 한 편씩 써왔던 자신의 글 뭉치를 가지고 생성형 인공지능과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결과물은 스크린샷으로 제출할 것으로 요구했다. 한 편으로는 기우가 다른 한편으로는 개똥철학이 작용한 것이다. 학생들로서는 괜찮은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원치 않는 소통을 해야 하니, 이 고난한 과정을 참지 못한 나머지 급기야 챗GPT 대신 본인이 써서 제출해버릴까 하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또 강한 유혹은 참고 버텨내는 것보다는 아예 경험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이 필자의 소신이다.

  반응은 실로 다양했다. 챗GPT가 알아듣게끔 명령을 내리는 것이 어려웠다며 주인(主人)이 된다는 것이 험난한 길임을 자각한 학생도 있었다. 창의성의 본성에 대해 근원적이면서 실존적인 고민을 내놓는 학생도 있었다. 정보 제공형 글쓰기에 특화된 챗GPT 말고 또 다른 유형의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의 도래를 내심 기대하는 학생도 있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과제를 내지 않은 학생도, 언제나처럼, 있었다. 이 모든 반응들을 에너지 삼아 우리의 미래 교육은 주조되어 나갈 것이다.

이길산(교양교육연구소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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