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추가되는 경전선 SRT, 문제는 없을까
이달부터 추가되는 경전선 SRT, 문제는 없을까
  • 원지현 기자
  • 승인 2023.09.2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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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간 노선 분배 문제 그리고 민영화
서울역
서울역

  경남에서 서울 강남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수서행 고속열차 SRT가 이번 달 1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마산역과 창원역을 가로지르는 노선의 특성상 기차로 통학을 하는 학우들과 지역민의 편의성이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SRT가 경전선에 추가되면 오히려 다른 지역의 노선이 부족해진다는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공기업인 코레일보다 민간 철도사업의 특성이 강한 SRT의 특성상, 일각에서는 철도 민영화 방지의 차원에서 이를 코레일의 KTX와 통합하자는 의견도 제시된다. 새롭게 추가되는 수서행 고속열차를 둘러싼 논란과 대안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9월 1일 오전 7시 8분, 경남 진주역에서 서울 강남 수서역으로 직행하는 경전선 고속열차 SRT가 처음으로 출발했다. 진주~수서 행 SRT는 진주역을 시작으로 마산역, 창원역, 창원중앙역 등 도내 6개 역을 거쳐 서울 강남 수서역까지 도달한다. 해당 노선은 하루 왕복 2회, 총 4회 운영된다. 경상남도 측은 높은 이용 수요에 맞추어 향후 증편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철도노조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추가되는 SRT 노선 추가로 인한 타 지역 운행 차질, 민영화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 고속열차 SRT

  SRT는 주식회사 SR이 운영하는 열차로 서울 강남 수서역을 시종착역으로 하고 있는 고속열차다. 1편성당 10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 총 32편성으로 운행 중이다. 2016년 도입된 SRT는 그동안 경부선과 호남선에서만 운행되었으나, 이번 달 1일을 시작으로 경전선을 통해서도 이용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경남 지역에서 열차를 타고 서울 강남이나 경기 동남부로 이동하려면 동대구에서 SRT로 갈아타거나 KTX를 타고 광명역이나 서울역에서 내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만 했다. 해당 지역으로 향하는 KTX 노선이 없었기 때문이다. SRT 노선이 신설된 현재는 경남에서 서울 강남까지 3시간 내외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경상남도가 2017년부터 꾸준히 운행을 건의한 끝에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SRT를 운용 중인 주식회사 SR은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이 운행하는 고속철도와는 달리 민영 기업에 가까운 특징을 보인다. 정확히는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코레일이나 사학연금을 비롯한 공기업과 은행이 지분을 보유하는 형태다. 때문에, SRT는 출범 시기부터 공공 철도 민영화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출범하던 시기 당대 정부의 철도 민영화 방침 역시 SRT가 민영기업으로서의 성격이 강할 것이라는 우려에 한몫했다.

 

+ SRT와 민영화?

  당시 정부의 철도 민영화 추진은 반발 여론에 부딪혀 완전히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철도 경쟁 체제 도입이라는 명분으로 현재의 SR이 대안적으로 출범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SR에는 코레일의 자회사라는 점과 경쟁을 위한 민간기업이라는 특성이 혼재되어 있다. 그렇기에 공공성의 측면이 강한 철도 분야에 민간 특유의 시장경제와 효율성의 논리가 지나치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늘 따라왔다.

  관련된 문제 제기에 정부는 “SR은 공기업인 코레일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공공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2016년 국정감사 질의응답을 통해 SR은 출자 관리 규정상 계열사가 아닌 기타 출자 회사로서 코레일의 직간접적인 관리와 감독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철도 민영화라는 지적은 강해져 왔다. 당시 국정감사에 참여한 윤후덕 국회의원은 “알고 보니 코레일은 감사 권한도 없는 껍데기였고, SR은 어느새 민간기업이었다.” 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의 경우에도 SR은 민영기업으로서의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5일 기자회견에서 SR은 코레일과의 위수탁 계약을 재정비하고 외부 민간 회사에 차량 정비를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에 코레일에 위탁하던 정비 업무와 공용 역 사용 등 전 면적인 시스템을 바꾸고 독자적인 노선을 걷겠다는 선언이다. 이에 대해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SR의 현재 운영 노선은 결국 철도 민영화 노선과 다르지 않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 철도 경쟁 체제로 인한 불편

  경전선 SRT 노선 추가는 기차를 이용하는 지역민들의 불편 해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오히려 다른 지역으로 불편을 전가할 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는 SRT 노선 확대에 따른 운용 가능 열차 부족 문제로 경부선(부산~수서) 열차를 감축했다. 이로 인해 부산 지역의 SRT 열차 4,334석이 줄어 혼잡시간대 열차 예매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 중이다. 국토부는 해당 피해를 막기 위해 서울~부산행 KTX 열차를 6회 증편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수서행 열차가 아니라 서울역을 향하는 노선이기에 수서로 이동하려는 시민들은 여전히 갈아타는 불편을 겪어야 하므로 불편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돌려막기식의 SRT가 아닌 수서행 KTX 증편이 대안이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전국철도노조는 8월 4일 논평을 통해 “코레일은 수서~부산 KTX 운행에 기술적 장애가 없고, 철도사업법상 당연사업자이기에 별도의 면허 발급도 필요 없다”며 국토부의 결정만 있다면 투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이 겪는 불편의 근본적인 원인은 코레일이라는 하나의 운영 체제로도 충분히 운영 가능한 철도를 두 단위로 쪼갠 것이라는 문제 제기 역시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철도노조는 경전선 SRT로 인한 문제 해소를 위한 수서행 KTX 운행, 쪼개기 민영화 중단, 고속철도 통합 운영 등을 요구하며 이번 달 준법 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전선 SRT 노선이 신설되며 경남에서 수도권 지역으로 가는 지역민들의 편리성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인근 도시에서 우리 대학으로 열차를 타고 통학하는 학우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이 사실 기존의 불편을 다른 지역에 떠넘기면서 생겨난 결과물이라면 마냥 좋게 평가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문제를 누군가에게 미루지 않는 방식으로 모두가 철도를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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