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개인주의 성향을 아주 낮게 보이는 국가 중 하나였다. 70년대 당시 세계 각 국가의 문화 차이에 대한 수치를 점수로 나타낸 홉스테드 지수 조사에서, 세계의 개인주의 수치 평균이 38.7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8점으로 낮은 개인주의 성향을 보였다. 하지만 그때보다 한 세대에서 두 세대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 한국은 개인주의 성향이 크게 나타나는 사회로 변했다.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2020년 조사에 따르면 19~34세는 56.4%가 개인주의 성향을 보였으며, 그 이전 세대인 34~54세는 44.7% 정도가 개인주의 성향을 띄었다. 한 세대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2% 이상의 차이를 보여준 셈이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발전, 경제, 사회로 인해 개인의 성향이 바뀐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사상이 그렇듯 사회의 풍토가 지나치게 빨리 변할 경우 극단적인 사례가 나타난다. 바로 개인주의가 변질하여 나타난 이기주의다.
예나 지금이나 질서와 예의를 무시하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최근 들어 그 비율과 강도는 심상찮게 늘어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폭언, 욕설, 과도한 응대 요구 등의 악성 민원은 2018년에서 2021년까지 180%나 폭증했다. 최근 대두되는 공무원 악성 민원 및 폭행 사건들을 보면 2년 전에 비해 악성 민원은 더 증가한 걸로 예상된다.
마이클 샌델을 비롯한 사회학의 거장들은 공동체의 붕괴로 인해 개인의 소속감이 사라져, 오롯이 ‘나’만을 위한 이기주의자들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개인은 본인만이 자신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만들기 어렵다. 어떠한 관계도 맺지 못한 사람은 사회에서 고립되고 낙인찍혀 소외당한다. 과거에는 대가족 등의 친족 위주 공동체가 이를 방지하는 역할을 했으나, 2022년 기준 1/3이 1인 가구인 현시점의 우리나라는 최소한의 공동체 안전망도 사라져가는 중이다.
그렇기에 최근에는 농어촌 공동체, 청년 마을, 육아 공동체, 느슨한 공동체 등의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와 이를 지원하는 정부 사업 또한 마련되고 있다. 사회가 개인화된 만큼 공동체가 중시되는 현상은 어떻게든 사람은 혼자서만 살 수 없다는 걸 반증하는 듯하다. 하지만 지원사업으로 구성된 공동체는 기존 공동체를 강화하는 형태가 많기에 이미 소외된 사람들을 포괄하기 힘들다는 한계 또한 보인다.
영국 레가툼 경제연구소는 2019년 기준 한국의 사회관계 중 개인및 가족, 사회적 관계 등의 지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공동체 구성에 필요한 요소는 총 167개국 중 한국이 142위라고 발표했다. 무너져가는 사람 간의 관계와 공동체의 중요성을 다시금 재점화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