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힙합이 망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근거들을 제시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대표적인 한국 힙합 예능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의 부진이다. 대중성이라는 관점에서 ‘쇼미더머니’는 분명 우리나라 힙합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쇼미더 머니는 힙합의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실제로 현재 한국 힙합 GOAT 후보에 오르내리는 다이나믹 듀오, 에픽하이, 도끼, 리쌍 같은 아티스트 경우에는 쇼미더머니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자신의 음악으로 대중성을 확보했다. 또 빈지노, 창모처럼 쇼미더머니 방영 이후에도 이를 이용하지 않고 대중들에게 자신의 노래를 알린 아티스트들도 존재 한다. 그렇기에 쇼미더머니 시리즈의 흥행 여부로 한국 힙합의 흥망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 한다.
한국 힙합이 망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근거는 과거에 비해 가사나 음악의 수준이 깊고 심오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빈지노, 리쌍, 에픽 하이, 드렁큰 타이거, 다이나믹 듀오 등 의 음악을 향유했던 사람들은 최근 래퍼들이 발매하는 노래에 공감하지 못 한다. 한국에서 볼 수 없고 현실성 없는 총과 마약, 여자, 돈 등이 등장하는 허세가 가득한 가사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안티 팬들에게 음해 받는 자신에게 취해 있는 가사는 대중들에게도 공감을 사기 어렵다.
음악이 아닌 래퍼들, 즉 아티스트들이 보여주는 모습 또한 대중들이 힙합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마약, 음주 운전, 병역 기피 등 여러 논란으로 무대 위가 아닌 법원 출입구에서 찍힌 사진이 더 많은 래퍼도 존재한다. 힙합이 지향해 온 가치 중 하나는 ‘자유’이지만 일부 래퍼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자유가 아닌 방생에 가깝다.
‘한국 힙합은 망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그 속에는 힙합을 향한 애정과 아쉬움이 담겨있다. 단지 자신이 힙합에 발을 들이고 좋아하던 순간과 어딘가가 달라졌기 때문에 망했다고 이야기한다. 망했든 망하지 않았든 이처럼 애정을 바탕으로 한 논쟁이 계속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한국 힙합의 발전에 기여 할 수 있다. 힙합을 즐기는 사람들이 든든한 지원자로 그들을 지탱하는 동시에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들이 썩고 도태되지 않게 감시하고 압박해야 한다.
특히 힙합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외국 트렌드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음악적인 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본인 자아를 구축해서 다른 발전 방향의 길을 열어야 한다. 한국 힙합의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래퍼들과 팬들이 있는 한 한국 힙합은 쉽게 망할 리는 없다.
김유리(미디어영상학과·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