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 아고라] 한 권의 책 읽기를 권하며
[한마 아고라] 한 권의 책 읽기를 권하며
  • 언론출판원
  • 승인 2023.05.1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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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 독서율이 비교적 낮은 우리나라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나 창업을 위하여 여러 삶의 현장을 누비다 보면 면학을 하거나 독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쉽게 오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가정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본교 행정대학원의 통일미래최고위과정을 수료한 이지순 출판사 대표가 『조선을 움직인 한편의 상소, 을묘사직소』를 출간했다기에 주저 없이 책을 사서 읽어 본 후에 우리 사랑하는 후배들에게도 일독을 권해보고자 기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선조이기도 해서 집중하여 읽다가 보니 단숨에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남명 조식 선생은 조선 중기 경상우도의 대성리학자로서 의(義)와 경(經)을 중시하면 책을 뚫고 현실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평생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았지만 성리학의 거장입니다. 지식보다는 실천을 중시했던 그의 문하에는 숱한 제자들이 몰려들어 스승과 같이 학문을 닦았고 훗날 그의 제자 50명이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동하여 몸소 실천하는 전형을 세운 분입니다. 그는 지리산에 은거한 처사였지만 조선을 뒤흔던 상소 ‘을묘사직소(일명 단성소)’를 올려 조선정계를 뒤흔들었습니다.

  날불한당들의 시대 명종 즉위 초기 대궐에는 각종 권력 다툼과 사화로 피바람과 시신이 쌓이고 논밭에는 백성들의 시신이 썩어갔다고 합니다. 유학자 조식은 이와 같은 시대에 지식인으로서 가만히 팔짱을 끼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지식이라면, 마땅히 말해야 할 것은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에 조식은 을묘사직소를 올려 당시의 정치에 대한 직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명종을 어린아이라 말하고 대비인 문정왕후를 과부라고 말했다고 하니, 곧 “임금은 임금이 아니고, 대비는 대비가 아니다”라는 뜻이었습니다. 권력을 독점한 권신들을 향해서는 야비한 승냥이 떼라는 독설을 퍼붓었다고 합니다.

  명종실록에 따르면 상소문에서 “전하의 국사(國事)가 이미 잘못되고 나라의 근본이 무너져서 천의(天意)가 떠나갔고 인심도 이미 떠나 버렸습니다. 마치 1백 년 된 큰나무에 벌레가 속은 갈라 먹어 진액이 다 말라 버린듯합니다”라고 척신정치의 폐해를 직언했습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목숨이 달아나는 시대에 누구도 할 수 없는 직언을 조식만이 하였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 시대는 지식인과 어른이 보이지 않는 시대입니다. 때로는 공인이라는 이름 뒤에 숨고 때로는 전문가라는 이름 뒤에 물러나는 비겁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행동하는 양심가로 살기 위해서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 이 시대에 남명 조식의 을묘사직소를 한 번쯤 읽어 볼 것을 권해 봅니다. 

조창환(법학과 졸업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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