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1일, 모자이크 프로젝트의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날 창원여성회관마산관의 3층 강당이 아침부터 붐볐다. 경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경남대학교 간호학과, 그리고 우리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의 협력으로 모자이크 프로젝트를 시행하여 무려 681페이지의 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간호학과 학생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은 사실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서였다. 졸업할 때까지 일정 시간의 봉사 활동이 필요한데 오래 지속된 코로나 시국으로 인하여 어디 마땅히 봉사 활동을 할 수요처를 찾기 힘들었다. 청년과 함께하는 사업을 계획하던 우리는 곧바로 간호학과의 지영주 교수와 의기투합했고 좀 더 폭넓고 가치 있는 봉사를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이렇게 모자이크 프로젝트는 탄생했다. 16명의 학생들과 이주 여성들을 선발해 먼저 서로 만남의 시간을 가지고 짝을 정한 뒤 개별 면담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왜 이주 여성을 이해해야 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인권은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가 등 근본적인 질문에서 비롯하여 실제적 인터뷰 기법, 인물을 바라보는 관점, 글쓰기 기법 등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강의도 진행했다.
지난 7월, 무더위가 한창이던 때 우리는 월영지에서 만나서 사진 촬영을 했다. 이주 여성들은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워하며 월영지의 이곳 저곳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우리처럼 귀한 딸이요, 사랑받는 어머니인 그들이 단지 태어난 나라와 성장한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그들에게 잠시나마 선물같이 설레는 경험과 시간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학생들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훌륭하게 과제를 수행했다. 원고를 정리하여 편집하고 보니 책의 두께가 무려 600여 페이지에 달했다. 거기에 그동안 경남도민일보에 연재해 온 ‘다문화 톡’ 원고까지 33편을 보태니 무려 681페이지의 책이 되었다. 책의 분량이 조금 많다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그대로 싣기로 했다. 비록 설익은 표현도 있었고 더러 서툴기도 했지만 풋풋하게 자신만의 목소리로 다문화에 대한 소회를 밝힌 학생들의 글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콘텐츠였다. 책을 본 경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승해경 센터장은 이 책 자체가 우리 지역 1세대 이주 여성들의 살아있는 역사라며 감격해 했다.
출판기념회날, 행사장에 전시된 인터뷰 짝들의 사진이 그렇게 싱그러워 보일 수 없었다. 사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마음속에 다양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변화의 싹이 꼼지락대며 자라고 있었다. 이렇게 다름을 수용하는 태도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배운 학생들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의료 현장에 나간다면 훨씬 따뜻하고 훌륭한 간호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젊은 필자들의 앞날이 축복되길 바란다.
윤은주(수필가,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