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에 들러 영수증 리뷰를 남기고, 광고를 시청하고 퀴즈를 푼 뒤 앱 내 포인트를 쌓는 모습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통칭 ‘앱테크’로 불리는 새로운 재테크 방식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버려진 종이나 박스를 모아 고물상에 판 뒤 소액의 생활비를 버는 폐지 줍기와 비슷하게 보여 디지털 폐지 줍기라고도 불린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앱테크(App-Tech)’는 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가 합성된 용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한 방법으로 재테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1,7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가 앱테크를 이용해 부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68.5%는 매일, 8.0%는 주 3일, 7.9%는 주 5일 앱테크를 자주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앱테크를 하는 이유는 ‘짠테크’가 새로운 유행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짠테크’란 짠돌이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꼭 필요한 곳에만 지출하자는 신조어다. 또,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본인이 쌓은 노력이 즉각적인 보상으로 이뤄지는 것에 큰 효능감을 느끼는 MZ 세대의 특성이 디지털 폐지 줍기에 열광하도록 만들었다.
대표적인 앱테크의 사례로는 네이버 영수증 리뷰가 있다. 한 가게를 방문한 뒤 영수증을 받아 사진 첨부 후 후기를 작성하면 소액의 네이버 포인트를 적립 받을 수 있다. 토스 만보기나 캐시워크 같이 걸음 수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만보기 앱도 큰 인기이다. 이외에도 ▲앱에 접속하면 보상을 얻는 ‘출석 체크형’ ▲핸드폰을 꺼두기만 해도 돈을 버는 ‘방치형’ ▲광고를 보고 퀴즈를 풀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참여형’ 등 종류가 다양하다. 앱테크가 많은 인기를 끌자 금융권도 앱테크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케이뱅크는 앱에서 상자를 열 때마다 현금을 지급하고, KB국민은행은 걸음 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앱테크를 통해 플랫폼에 많은 사람을 유입시켜 지속적인 고객을 유치시킬 수 있다. 이는 사용자와 기업 모두 이득을 본다는 점에서 Win-Win 관계로 보인다. 그러나 사용자가 특정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는 경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정보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또,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광고를 보거나 콘텐츠를 직접 내려받을 때는 자칫 받는 포인트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소모하게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리워드 앱은 초기에 높은 보상금으로 사용자를 유인한 후 이전보다 확연히 적은 적립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그러니 앱테크로 포인트를 쌓고자 한다면 이에 매달리지 않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용도로 이용하는 게 좋다.
금전 손실 부담이 크고 다양한 지식이 필요한 기존의 주식이나 펀드와 달리 디지털 폐지 줍기는 위험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티끌 모아 태산’일 수 있지만 의미와 가치 부여, 자기 실천율을 높이는 차원에서 많은 사람이 호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본인에게 적합한 앱테크를 잘 이용한다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일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디지털 폐지 줍기를 통해 흘러가는 시간을 의미 있게 변화시켜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