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1일 개막한 카타르 월드컵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대회를 위한 경기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수의 이주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월드컵에 참가하는 많 은 선수와 언론, 정치권 등 각계에서는 깊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드컵의 명암은 개최 때마다 항상 거론되지만, 이번 대회는 유독 그림자가 짙은 편이다.
사실 월드컵 준비 과정의 노동권 침해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많은 비판과 개선 요구가 있었다. 국제엠네스티는 <아름다운 경기의 추한 단면: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카타르에서 벌어지 는 노동 착취>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주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임금 체불, 강제 노동 등의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국제노총 (ITUC)은 2014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서 2010년 말부터 2013년 말까지 3년 간 총 1,329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으며, 노동 조건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매년 600여 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고에 카타르 정부는 권리 침해 사례로 지적받던 후원 제도와 출국 허가제의 개정안을 내놓으며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국제엠네스티는 보고서를 통해 “만연화된 이주 노동자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할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아 기회를 놓친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제한적인 수준의 개혁안조차 실제로 이행 되지 않고 있다.”고 평했다.
실제로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가디언지는 2021년 보도를 통해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및 기반 시설 건설과정에서 10년 동안 최소 6,750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1년 동안 월드컵 관련 노동 현장에서의 임금 체불 신고 건수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독일의 토니 크로스와 레온 고레츠키, 노르웨이의 엘링 홀란드를 비롯해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많은 선수가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권 침해를 규탄하고 있다. 열악한 현장의 노동자들 또한 죽지 않을 권리를 외치며 싸우고 있다. 올해 3월에는 경기장 건설을 맡은 한 시공사가 수개월에 걸쳐 임금을 체불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무작정 월드컵을 보지 말자는 이야 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이면의 문제를 인식하고 보는 것과 그러지 않는 건 다르다. “월드컵은 축구 그 이상이다. 모두가 참여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 참가 중인 포르투갈의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노동권 침해 문제를 비판하며 한 발언이다. 월드컵은 모두가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페르난데스의 생각에 동의한다면, 화려한 경기뿐만 아니라 그 아래에서 권리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에 주목 해보도록 하자.
원지현(심리학과·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