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 아고라] 빛난다
[한마 아고라] 빛난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22.11.2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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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선생님은 왜 집 그림 그리라는 말씀을 안 하세요?”  

  “왜? 꼭 그래야만 해?”

  “네, 보통은 그러시던데요... 나무나 사람이나 또 다른 걸 그리라고도 하고...”

  “그래? 그러면 너는 그럴 때마다 어떻게 그렸는데? 똑같이 그렸니?”

  “아니지요. 지붕을 크게 그렸더니 너는 생각이 많다 그러시고, 창문을 많이 그렸더니 너는 다른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관심이 많구나... 그러셔서 다음부턴 벽도, 창문도, 지붕도 적당히 그려줬죠.” 

  조수석에 앉은 자그마한 남자아이, 초등학교 4학년이라기에는 체구가 작았다. 여러 문제행동으로 상담을 수차례 받아오면서 “그려줬죠”라는 표현에서 느껴지듯 이미 상담분야에서 상담쇼퍼가 된 듯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몸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 어느 한순간에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 그래도 자신이 좀은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존감.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론이나 통계를 바탕으로 사람을 이해하려한다. 사람의 마음은 절대 1+1=2가 아니다. 1+1=2라는 굳은 믿음으로는 내 앞에 생생히 서 있는 것 같지만 서서히 숨이 막혀가는 그 사람을 볼 수가 없다. 1+1은 1이 될 수도, 무한대로 뻗어나갈 수도 물처럼 흘러내릴 수도 있다. 온전히 바라봐 줌으로써 그들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예술 그 자체다.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 비로소 제대로 숨을 쉬는 것이다. 

  대학에서 그림을 전공했고 작업을 하는 내내 “나는 누군가?”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하고 살았었다. 나에 대해 알아가던 그 숱한 시간들이 지금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열쇠가 되었다. 박사과정에서 미술 치료를 전공하면서 미술대학 내내 계속되어 오던 질문에 좀 더 다면적으로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고, 외롭고 불안하고 웅크리고 있던 그들 앞에 안전한 존재로 한순간만이라도 있어 주거나 그들에게 사랑받을 존재라는 작은 속삭임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놀랍게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섬세하고 예민하다. 그래서 상처 또한 더 깊다. 상담이 마무리되고 떠나는 그들은 마치 물성이 바뀌듯 찰나의 강렬한 빛을 용암처럼 내뿜고선 세상을 향해 저벅저벅 나아간다. 참으로 빛난다. 한참이나 눈이 부시다. 

김미향(미술교육과 졸업 동문, 미술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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