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제가 입학할 당시 월영캠퍼스 주변 환경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 지금처럼 잘 정비된 산책길 같은 모습은 없었습니다. 요즈음은 학교 캠퍼스에서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후배님들이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는 소담한 산책길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물론이고, 수많은 동서양의 명사들이 산책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서리가 내리는 상강 절기에 단풍이 들어 온 산이 붉게 물든 만산홍엽의 유혹에 통과 의례처럼 산책길을 나서봅니다. 캠퍼스로부터 가까운 곳에 벚꽃 길로 유명한 ‘로망스다리’가 나옵니다. 추억의 다리로 1980년대 많은 연인들이 이 다리 위에서 사랑을 키웠다고 하여 명명되었다고 합니다. 정겨운 명칭입니다. 이곳에는 전에 없던 이음책방이 있어서 잠깐 쉬면서 벤치에서 책도 볼 수 있고, 짬을 이용해서 잠시 휴식하기에는 금상첨화입니다.
발걸음을 우리 대학 캠퍼스로 옮기면 2016년도에 방영했던 드리마 ‘함부로 애틋하게’ 촬영지인 메타세콰이어 길이 나옵니다. 길 양편에 웅장하게 자란 메타세콰이어의 풍경과 더불어 오르내릴 때 느낌이 다른 것도 묘미라서 청춘 드라마의 장면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여기서 고운관 앞으로 걸음을 옮기다 보면, 월영지와 만납니다. 고운 최치원의 달 사랑의 일화를 반추하면서 연리지 배롱나무와 거대한 자귀나무를 보는 것은 산책이 주는 듬입니다.
캠퍼스 동문 위쪽에는 위치한 만날제 고개 초입에는 400년간 뿌리내린 보호수 푸조 나무가 우리를 반겨줍니다.
만날제 고개에는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 간에 애틋한 모녀지간의 만남의 전설도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만날제 행사도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고개의 허리쯤에는 시설이 좋고 관리가 잘된 야외 헬스장이 있어 가볍게 운동도 하고, 근처 산림욕장에서는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킬 수 있습니다.
이제 만날제 고개를 넘어가다 보면 내서읍 감계로 이어지는 옛길도 만나고, 마재고개에서 발길을 돌려 내려오면 곡부 공씨 제실과 시조 묘소가 소재하여 역사를 탐방하는 맛도 쏠쏠합니다. 산길에는 야생화들의 천국입니다. 쑥부쟁이, 산국, 감국, 꽃향유 등도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눈이 호사를 누리고, 입으로는 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종착지는 호젓한 예곡 안두렁 마을 안길입니다. 유유히 걸으면서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군락지를 보면 가을과 물아일체가 됨을 자각하게 됩니다. 아! 이 가을 너무나 좋은 계절입니다.
재학생 여러분도 가을 길을 산책하며 사색하고 영감을 얻어 보시길 소망해 봅니다.
조창환(법학과 졸업 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