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책] 인생은 흥에 따라 흘러간다
[내 인생의 책] 인생은 흥에 따라 흘러간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22.09.0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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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중의 『구운몽』을 읽고

  살다가 멍 때리고 싶을 때, 쉬고 싶을 때, 바쁜 틈을 비켜 잠시 놀다 가고 싶을 때, 내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 김만중의 『구운몽』을 읽길 권한다. 『구운몽』은 ‘아홉 구름의 꿈 이야기’라는 뜻을 가진, 17세기 조선 숙종 때 지어진 한국 고전소설이다. 여기서 ‘아홉’이란 성진과 팔선녀를 가리킨다. ‘구름’이란 정한 곳 없는 삶을 상징한다.

  『구운몽』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작품이다. 사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참되게 살아가는 큰 이치를 말하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무수히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상은 늘 혼란스럽다. 이 책은 이런 마음을 틔워주었다. 그래서 내 인생의 책이라고 소개하고자 한다.

  『구운몽』은 불도를 닦던 성진이 인간의 부귀영화를 욕망하다가 그 벌로 인간 세계로 환생하는 꿈을 꾸고 크게 깨닫는 이야기이다. 성진은 육관대사의 명을 따라 동정호에 인사차 들렀다가 거기서 술을 마시고 오는 길에 팔선녀를 만나 희롱하였다. 그 여운은 돌아와서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수제자였던 성진일지라도 미혹 앞에서는 불도자인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 시작하고 결국은 자신의 존재마저도 부정한다.

  성진은 ‘마음을 잃어버린 죄’를 짓고 그 죄의 실상을 바로 읽어내지 못해 양소유로 윤회하는 벌을 받는다. 그는 육관대사의 꾸짖음에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했으나 실제로는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른다. 성진은 자신의 행동이나 마음을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성진은 자신의 흥(욕망)에 따라 인간 세계로 윤회되었다. 『구운몽』의 특징이 현실 세계보다 꿈속 세계의 분량이 상당히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꿈속 양소유는 2처 6첩이라는 화려한 삶을 살며 세상의 부귀를 누리고 공명을 얻는다. 그러나 그는 행복의 절정을 누리면서도 삶이 덧없고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안고 있다. 양소유는 흥이 다한 것이다. 그는 다시 불가의 세계를 욕망하여 본래의 곳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삶이란 자신의 흥대로 흘러가는 것’임을 보여준다.

  노인들은 지난 세월을 덧없어 하며 “그냥 꿈 같았다”라고 말씀한다. 성진도 꿈을 깬 후 그 긴 시간이 “한바탕” 꿈이었음을 깨닫는다. “한바탕”이란 말속에 숨겨진 다사다난한 인생의 굴곡을 느껴본다. 성진이 꿈 이후 만사가 모두 꿈같고 물거품과 이슬과 번개 같음을 깨달은 것처럼 쓰라리고 행복했던 모든 것이 한순간 꿈임을 아는 것이 삶의 진리이다. 『구운몽』은 내가 사는 현실도, 꿈도, 나의 흥대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구름과 같은 것임을 알게 해주었다. 변화무쌍한 내 마음은 지금 어디인가!

조성숙(의사소통교육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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