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신속한 배달 문화는 한식부터 중식, 일식, 심지어는 디저트까지 원하는 곳으로 전달해줘 전 세계 사람들의 놀라움을 산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사태로 관련 산업이 축소될 거란 예상과 달리,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발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통계청의 2022년 2월 온라인쇼핑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년 대비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음식 서비스 이용은 23%가 증가하였다. 이는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배달 앱을 사용하는 이가 점점 증가하고 있단 사실이다. 앱과 스마트폰이 발전함으로써 우리는 음식을 쉽고 간편하게 주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음식 못지않은 배달료로 배달을 시켜 먹는 걸 주저한다. 계속해서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지는 배달료, 왜 계속해서 인상되는 걸까. /사회부
현대에 들어서는 일반적으로 가게 자체에서 고용된 라이더가 배달을 해왔다. 그런데 배달 라이더의 높아진 인건비와 2010년 배달대행 회사인 ‘배달통’을 필두로 많은 플랫폼 회사가 시장에 뛰어듦으로써 배달의 유통 과정이 이전의 방식보다 세분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대부분의 가게가 배달 대행 회사와 계약을 맺어 주문이 들어오면, 중개사가 라이더와 연결해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배달의 시작,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세계인이 놀라워하는 우리나라의 배달 문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배달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황윤석이 평생 보고 들은 모든 지식을 기록한 일기 ‘이재난고’에는 과거시험을 본 다음 날 점심에 일행과 함께 평양냉면을 시켜 먹었다는 대목이 있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배달 음식의 첫 등장이다.
현대에서 배달은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며 크게 활성화되었다. 그리고 이전에는 전화로 주문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의 생활화 덕분에 앱을 통한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앱을 통해 주문부터 결제까지, 터치 몇 번으로 음식을 받을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배달이라 하면, 이미 조리된 음식을 받아서 먹는 것으로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배달의 범주는 넓기 때문에 식자재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집으로 전달받는 모습도 이에 속한다. 이는 사회 현상의 변화와도 관계를 맺는다. 요즘은 이전보다 1인 가구의 비율이 늘어났다. 1인 가구의 특성상, 음식을 하는 양에 비해 버리는 음식이나 재료가 많은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을 통한 식자재 구매도 배달로 가능하다. 이러한 온라인 쇼핑은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생활이 늘어나기도 했고, 1인 가구를 겨냥한 혼밥 먹거리들도 다양한 덕분에 수요가 크다.
배달료, 편리함을 넘어선 부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원하는 물건을 받을 수 있는 배달 서비스는 우리 삶에 편리함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요즘은 음식값보다 배달료가 더 비싸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에서는 1~1.5km당 평균적으로 4,000~4,500원의 기본 배달 대행료를 받고, 기본요금에 거리와 날씨 등의 할증이 붙어 1만 원이 넘는 곳도 생겼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1/4분기 서울시 소비자 체감경기와 배달 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7.3%는 적정 배달료로 2,000원 이하를 선택했다. 더불어 지급 의사가 있는 배달료는 실제 주문액의 10% 이하라고 밝혔다. 응답보다 우리는 적정 배달료로 생각하는 비용의 두 배 이상의 값을 지불하고 있다. 그래서 “편리함에 지출하는 비용이 편리를 넘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배달 수수료가 택시비보다 비싸다는 게 말도 안 된다.”, “월급 빼고 안 오르는 것이 없다. 배달료도 계속 오른다.” 등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그리고 비싼 배달료를 내느니 차라리 직접 가서 사 오는 ‘포장족’과, 배달 이용을 줄이겠다는 네티즌들이 많아졌다.
배달료 증가, 그 이유는?
예전에는 치킨집이나 중국집에서 라이더를 직접 고용해 음식값에 비용이 녹아 있었지만, 지금은 배달 대행업체의 등장으로 배달료가 표면상에 드러난다. 통계청은 음식 서비스 온라인 거래액이 2017년 상반기 1조 1,521억 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11조 9,115억 원으로 10배가량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용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지만, 이에 비해 라이더 수는 2017년 4월 10만 287명에서 지난해 4월 19만 5,032명으로 미세하게 늘어났다. 배달 시장은 급격히 확대되었지만, 라이더 수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미세한 증가 폭을 보였다. 더불어, 배달원 1명이 주문 1건을 처리하는 단건 배달이 늘어나면서 라이더는 더욱 부족해졌다. 또한 라이더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와 산재보험에 따라 자연스레 배달료도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매장마다 차이나는 배달료 때문에, 정부는 소비자가 주요 배달 플랫폼의 배달료를 온라인에서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수수료 현황을 공개하는 공시제를 제시했다. 이는 매달 1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 감시센터’ 홈페이지와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를 통해 수수료, 거리별 수수료, 배달방식별 수수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배달료 공시제가 비용 인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대책이라고 지적받으며 화두에 오르기도 한다. 이는 정보 비대칭을 근본 원인으로 삼아 국민들에게 알리겠다는 목표로 등장했다. 그러나 배달료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만연하다.
지역 공공 개발 앱의 탄생
다양한 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각 지역에서는 대안으로 공공 배달 앱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는 민간배달 앱과 다르게 입점비, 광고비를 없애는 건 물론, 중개수수료도 낮춰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준다.
경남에서는 거제시의 ‘배달올 거제’를 시작으로, 진주의 ‘배달의진주’, ‘띵동’서비스 등의 공공 배달 서비스가 만들어졌다. 창원시에서도 공공 배달 앱 ‘누비고’가 가맹점을 모집하며 시행 전 단계에 있다. 특히 누비고의 이용자는 전용 상품권과 창원사랑상품권(누비전), 온누리상품권(오픈 예정)으로 할인 가능하다. “우리 지역에도 공공 개발 앱이 생긴다고 하니 설렙니다.” 창원에 거주하는 A양은 앱의 등장으로, 높아만 가는 배달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배달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그 과정이 공정하지 못한채 이루어지고 있다. 업체 간의 피 터지는 경쟁으로, 오히려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무한 경쟁으로 지쳐가는 이용자들은 이젠 배달을 시키는 걸 꺼리기도 한다. 편리함을 위해 등장한 배달 문화가 더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만드는 적합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유정 기자, 이산희·허지원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