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가작: 김성태(국어교육과·4)
모노크롬 페인팅
파도가 파도 위를 걷고 있다
갈라진 바닥을 이어 맞춰야 한다고 들었을 때
한눈에 보는 격자처럼
모든 미래를 가지는 것만 같았다
올라오지 못하는 바다를 꺼내
근육을 덧칠하는 모래성처럼
힘을 주고 있는 빛,
문질러도 변함이 없다
방의 가장자리 너머까지
스스로에게 무리 지어 다닌다
서로가 서로를 넘나들면서도
강조되지 않는 날들
나를 뜯어내고 빈 곳을 바닥으로 채운다1)
정적인 역동감이라고 너는 말했다
옅은 표면이라도
짊어지게 되는 질감처럼
갈라지는 틈 사이를 견디는
내가 있었다
1) 정상화(1932~)의 독특한 창작 방법인 고령토를 뜯어내고 빈 곳을 물감으로 채우는 ‘뜯어내기와 메우기’에서 착안했다.
10·18문학상 시 가작 수상 소감
시 쓰기가 어렵다고 시인께 말했더니, 자신은 시 쓰기가 쉽다고 했다. 수상 소감도 쓰기 어렵다고 말해보려니, 수상 소감인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막연했다. 내 시를 모두가 볼 거라는 부끄러움. 펼쳐지기 위해 태어났지만, 처음 열리는 순간 수줍은 소리가 쩍쩍 나는 책처럼.
전시회를 보며 얻을 수 있는 생경한 이미지들은 평소 익숙해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좌우 반전이 되지 않은 사진 속 내 얼굴을 보는 것처럼. 하루를 힘겹게, 혹은 무심하게 보내도 달력 속 격자만큼 모든 날이 똑같이 느껴지듯. 문질러도 변함이 없었다.
누구나 하는 말을 가지고 내 단어인 것마냥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인식하지 못했던 가장자리를 들여다보며 나의 정수리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게 시라고 느꼈다. 시로 돋아나는 용기를 나누고파, '시작'이라는 모임을 만들고 시를 함께 썼다. 용기가 쌓이니 고령토처럼 굳었다.
함께 시를 쓰며 서로의 가장자리를 들려준 '시작' 모임의 우영, 영욱, 지환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긴다. 끝으로, 딱딱하고 뾰족한 시를 부드럽게 봐준 10.18 문학상 심사위원분께 감사의 말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