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사랑 아닌 범죄
스토킹, 사랑 아닌 범죄
  • 정희정 기자
  • 승인 2021.09.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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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처벌법, 오는 10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적용 시작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이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대한민국의 속담이다. 옛날에는 이 속담이 천생연분을 맺기 위해서 그저 로맨틱하게 치부되었을지도 모른다.원치 않은 구애는 상대에게 오히려 고통이자 공포이다. 스토킹은 남녀노소, 연예인·비연예인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지난 3월, ‘스토킹 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에 받아들여지며, 범죄에 대한 처벌의 강화를 예고했다. 스토킹이 무엇인지, 우리가 가져야 할 경각심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스토킹(stalking)이란 특정한 사람을 그의 의사에 반하여 오랜기간 동안 쫓아다니면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주고 두려움과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뜻한다. 지금까지 스토킹은 경범죄로만 취급되었다. 스토킹에 대한 대가는 경범죄의 종류 중 하나인 ‘지속적인 괴롭힘’이라는 명목하에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이 전부였다. 그러나 ‘지속적인 괴롭힘’에서 명시하는 접근 시도·면회·교제 요구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 및 기다림이 반복되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할 수 없었다. 이와 같은 미약한 처벌에 실제 스토킹을 겪었다고 할지라도 보복을 걱정해 신고를 꺼리는 이 역시 존재했다.

 

+ 스토킹은 모두에게,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가수 A 씨는 2020년 3월부터 스토킹에 고통받았다. 여러 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택까지 찾아오는 등 스토킹의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결국, A 씨는 지속적인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올해 8월 25일 고소 의사를 밝혔다. 뮤지컬 배우 겸 가수 B 씨도 2년간 한 사람으로부터 악플을 비롯한 스토킹 범죄를 당했다. 작년 11월, 그는 스토킹으로 고통받는 이가 없어지기를 희망하며, 그의 SNS에 고소 진행 사실을 알렸다. A 씨와 B 씨뿐만 아니라 사생활이 비교적 쉽게 노출되는 연예인을 향해 ‘사생’이라는 이름으로 스토킹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스토킹은 연예인에 한정해서만 일어나는 범죄가 아니다.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던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도 스토킹을 시작으로 발생한 사건이다. 가해자는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피해자가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두 달간 스토킹하다 살인까지 저질렀다. 지난해 5월 창원에서 40대 남성이 식당 주인을 살해한 사건 역시, 피해자가 살해당하기 전 무려 10년간 스토킹에 시달려 왔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고작 경범죄로 분류되었던 스토킹이 살인의 전조현상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존재해 왔다.

  매일같이 피해자 뒤를 몰래 따라다니는 것만이 스토킹의 끝은 아니다. 온라인에서도 스토킹은 발생할 수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기존의 오프라인 스토킹이 온라인 스토킹으로 옮겨가고 있다. 자신들의 분노와 좌절감을 비대면·온라인 방식의 스토킹으로 표출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라며, 온라인 스토킹 역시 심각한 문제임을 알렸다.


+ 스토킹은 이제 경범죄가 아니다

  스토킹 처벌법은 1999년 처음 발의되었다. 그 후로부터 계속 언급은 되어왔지만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되곤 했다. 그러나 올해 3월 24일, 드디어 22년 만에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4월 20일, 법으로 제정되었고 오는 10월 21일부터 본격 적용된다. 스토킹 처벌법에서 스토킹은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며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피해자의 주거지 및 생활지나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이나 전화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스토킹 행위, 직접 또는 제삼자를 통하여 물건 등을 전하는 행위, 주거지 및 생활지 또는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두거나 훼손하는 행위 모두를 포함한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 역시 이전보다 강화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이루어진다. 만약 가해자가 스토킹 과정에서 흉기 등을 소지하고 있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따른다.

  그러나 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될 10월 전까지 처벌은 기존 규정에 따라 이루어진다. 경찰청은 스토킹 처벌법이 적용되기 전, 국민 안전을 위하여 ‘스토킹 집중 수사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먼저 지난 5월, 기존 가정폭력대책계 업무에서 스토킹 정책을 담당하는 업무를 따로 분리한 ‘스토킹 정책계’를 신설했다. 다음으로 스토킹 범죄가 접수될 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별도의 코드인 ‘스토킹 코드’를 지정하여 관리한다. 이때 피해 사실의 상세한 기록과 가해자의 연관범죄 유무 확인까지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스토킹이 아닌 다른 사유로 신고가 접수되어도 범죄의 주원인이 스토킹이라 판단된다면, 해당 범죄와 스토킹 간의 관련성을 반드시 기록한다. 더불어 범죄의 초동 조치에서도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신고가 접수되면 동시에 가해자의 과거 스토킹 이력 조회는 필수로 이루어진다. 또, 수사 과정에서 범죄가 입증됐다면 현행범 체포 등 즉결심판 역시 가능하다. 만약 체포하지 못하더라도 경찰서장 명의의 서면 경고장을 발부할 수 있다.


+ 스토킹을 단순 사랑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2020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은 2015년 363건에서 2018년 544건, 2019년 583건으로 급증했다. 더불어 지난해 스토킹 범죄 관련 신고는 총 4,515건에 달한다. 그중 처벌 건수는 전체에서 11%인 488건이 끝이며, 나머지 4,027건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스토킹 건수가 날이 갈수록 증가함과 동시에 범죄의 정도 역시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스토킹 처벌법이 시작되기 전인 현재는 여전히 경범죄에 불과하다.

  스토킹은 일면식 하나 없는 관계에서도 발생하지만, 연인과 연인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연인이라 할지라도 스토킹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연인 사이의 스토킹은 단순 애정 싸움으로 비추어질 때가 많다. 피해자 역시 사랑과 폭력 사이에서 혼란을 겪어 신고를 선뜻하지 못한다. 경찰청은 2016년 이후 데이트 폭력 범죄 검거 현황에서 연인 사이 스토킹·주거침입 등이 포함된 경범죄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했다고 전했다.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집착은결코 사랑이 될 수 없다.

 

  “좋아해서 그랬어요.” 스토킹 가해자는 대부분 좋아한다는 감정을 내세우며, 범죄를 정당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온종일 감시에 시달리며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사소한 일상에서 고통을 호소한다. 남몰래 상대방 뒤를 쫓는 당신은 절절한 짝사랑에 힘든 당사자도, 로맨티스트도 아니다. 단지 범죄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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