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 언론출판원
  • 승인 2021.08.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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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나다’는 왠지 모르게 성스러운 단어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 ‘빛나다’는 ‘성공’일 수도, 혹은 ‘따뜻한 마음’일 수도, 아니면 또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이렇듯 그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 나에게 ‘빛나다’는 ‘함께하는 기쁨’이다. 내가 가장 빛나던 순간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교내 동아리 발표 대회에 참여해 무대에 섰던 그 순간이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당시 교내 교육 동아리의 부장을 맡고 있었는데 이전까지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던 동아리 발표 대회가 그 해에 갑자기 열리면서 나를 포함한 동아리 부원들 모두가 적잖게 당황했다. 이 상황에서 동아리 부장이었던 나는 짧은 시간 내에 체계적으로 대회 준비 전반을 이끌어야 했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부원들의 엄청난 열정으로 차근차근 순탄한 준비가 이루어졌다.

  우리 동아리는 여러 차례의 회의 결과 토크쇼 형식으로 발표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동아리를 홍보하고 활동 내역을 보고하는 토크쇼로 ppt 제작과 홍보 팸플릿 제작, 발표 구성까지 많은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해서 역할 분담이 중요했다. ppt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ppt 제작을 맡고 포토샵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는 친구들은 팸플릿 제작을 맡았으며 평소 자신감이 넘치는 친구들은 발표를 맡았다. 나는 무대에 오르는 것을 좋아해서 발표를 담당했다. 우리 동아리는 1~2학년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학년 구분 없이 모두 각자 할 일에 최선을 다해 임했다. 더불어 자신의 역할이 아니더라도 서로서로 도와주며 부족함을 채워나갔다. 이 덕분에 발표 대회 준비는 차질 없이 완성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었고 내가 우리 동아리의 한 일원임에 정말 뿌듯했다.

  우리 동아리는 교내에서 지원 인원이 가장 많은 동아리로 우리의 발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나는 괜스레 어깨가 으쓱했지만 한편으로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무척 컸다. 부담감을 안고 대회 전날 리허설 무대에 올랐는데, 준비한 것들을 계획대로 잘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 분들께 혹평을 받았다. 발표의 주제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고 난잡해 보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리허설 이후, 나는 대회가 하루 남은 시점에서 그저 불안해하며 좌절했다. 이때 동아리 친구들이 나를 다독이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친구들의 위로에 나는 다시 힘을 낼 수 있었고 우리는 함께 보완점을 생각해냈다. 발표 대본과 무대 동선을 수정하고 의상과 소품도 토크쇼에 어울리게 다양화했다. 함께해준 친구들의 영향으로 나는 발표에 대한 믿음이 생겼고, 덕분에 그날 밤 걱정보단 설렘이 앞선 마음으로 달콤한 잠에 빠질 수 있었다. 다음 날, 동아리 발표 대회 날이 밝아왔고 나는 쿵쾅대는 심장을 부여잡은 채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 오른 순간, 나와 친구들을 바라보는 전교생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 이후부터는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내 대사와 행동에 모든 혼을 쏟아부은 것 같다. 발표를 무사히 마치자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갈채 소리가 들렸다. 그때 느낀 벅참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아직까지도 동아리 친구들에게 매우 고맙다. 나에게 이런 벅찬 감정을 느끼게 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최우수상 수상의 영예까지 안겨주어 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시절 열정으로 가득했던 우리 모두는 빛나고 있었다.

  나는 동아리 발표 대회를 통해 좋은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이룰 때 삶의 가치를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이 대회가 개인 발표 대회였다면 나는 쉽게 포기하고 끝맺음을 맛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함께 일어나고, 함께 땀 흘리며, 함께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평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팀에 녹아드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을 남겼다. 삶의 많은 부분이 적용되는 명언으로 개인주의로 물들고 있는 요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길을 걸어가 보는 건 어떨까? 나에게 집중하느라 놓쳤던 많은 것들을 다시금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천천히 함께 걷다 보면 어느샌가 먼 곳에 도착해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 빛나고 있을 것이다.

김예린(국어교육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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