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역사적으로 존재한 여러 유행병처럼 이 역시 곧 사라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리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가정의 달인 5월은 어린이를 위한 행사가 가득하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모임과 행사를 자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 세대라 불리는 현 아동기는 다른 세대가 당연히 누려온 평범한 일상조차 누리지 못한다.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규제되어 전 세대를 아울러 생활권이 제한을 받았다. 하지만 아동이 처한 사회 문제는 또 다른 영역이다. 우리가 무관심했던 아동과 코로나19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급격하게 늘어나는 확진자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초·중·고 비대면 수업을 강행했다. 코로나19 이전 세대에게 익숙한 풍경인 마스크 없는 생활은 이제 특별한 과거가 되었다.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생활상이 전반적으로 변화됐다. 골목 상권은 경제 파탄으로 쓰러졌고 공연 업계는 조용하다. 이외에도 수많은 사건이 이슈화되고 재조명되었지만, 아직 우리는 아동이 어떤 악영향에 노출되어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우리 생활 속 다양한 영역에 침투하여 문제를 일으킨 코로나19는 이제 아동 문제에서도 한 몫하고 있다. 좀처럼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19 시대 속, 아동학대와 더불어 아동 발달 지연은 우리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과제이다.
# 코로나19, 아동학대의 늪에 빠지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아동학대는 꾸준히 이슈화되어왔다. 일상화된 비대면은 자연스레 집에 머무는 시간을 증가시켰다. 이에 따라 아동학대 우려는 더욱 극대화됐다. 외부와의 소통과 단절이 가장 안락하고 안전해야 할 공간인 ‘집’을 오히려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사각의 늪지대로 빠지게 했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팬데믹 이후, 월평균 아동학대 의심 사례 신고 건수를 조사했다. 2018년도와 2019년도의 신고 건수는 4,000회에서 7,500회로 급증한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은 1,300회로 급감했다. 이는 마치 코로나19 이후, 아동학대 현황이 점차 줄어들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아동의 활동 범위가 비교적 넓었던 당시, 학대의 흔적은 타인에 의해 발견되기 쉬웠다. 그렇기에 정반대의 상황에 놓인 지금, 줄어드는 의심 사례 신고 건수 현상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다. 경찰청의 아동학대 신고 건에 따르면, 2020년 1~8월 접수된 가정 내 신고 건수는 8,452건으로 지난해 대비 12% 증가했다. 반면 가정 외 신고 건수는 1,707건으로 지난해 대비 21% 감소하였다. 이는 아동학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상황의 특성상 눈속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표다.
# 코로나19, 아동 발달의 발목을 잡다
코로나19 시대에 들어서면서 전염병 방지를 위한 마스크 착용은 나이에 상관없이 필수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의 의무는 아동 발달에 한 획을 그었다. 특히 영유아기는 한창 말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언어를 학습할 시기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가려진 입과 비활성화된 소통으로 언어 발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서울 및 경기 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약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다. 조사 응답자의 과반수는 아동 발달에 있어 코로나19가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74.9%의 응답자가 아동의 언어 발달 지연 문제에 마스크 착용이 원인이라고 손꼽았다. 마스크는 언어 발달뿐만 아니라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마스크 착용 시, 불가피하게 가려진 얼굴은 사회성 결여의 한 부분으로 자리한다. 상대의 감정을 쉽게 읽어낼 수 없고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는데도 서투르다. 표정 등을 이용한 비언어적인 상호작용의 결핍도 문제가 되었다.
언어 발달을 비롯한 정서적·신체적 발달 역시 함께 고려되면서 아동의 발달권 침해도 문제 선상에 올랐다. 조사 대상자 77%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줄어든 신체 활동 시간으로 대·소근육 발달 기회 감소를 우려한다. 또한 63.7%는 지속적인 실내 활동이 아동의 스트레스와 짜증 및 공격적인 행동 표출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낯가림·환경 적응 어려움·또래 관계를 문제 삼은 응답자도 55.5%다.
미루어지는 등원으로 집에 머무는 비중의 증가 역시 더딘 아동 발달의 문제 중 하나다. 또래와 직접 소통할 기회의 감소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원활한 소통의 걸림돌이 된다. 또한 사회적거리두기로 외출 빈도가 줄자 아동은 하루의 상당 부분을 미디어에 노출된 채 보내고 있다.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디어를 통한 소통은 흘러나오는 문장을 단순 읊조리는 것에 불과해 실제 의사소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 코로나19와 아동 발달, 왜 문제인가
늦춰지는 언어 발달은 아동의 이해 능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한국언어치료학회는 학력전기 언어 발달지연 아동과 일반 아동의 이야기 이해 능력을 연구했다. 그 결과 추론적 이해 수행 능력(의도·감정·결과 추론)에서 일반 아동 집단이 언어 발달지연 아동 집단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추론적 이해는 제시된 정보를 이용하여 드러나지 않은 사실과 연결 지어 이야기를 이해하는 능력을 뜻한다. 언어 발달의 지연은 인지를 구성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결함해 아동의 이해 능력 저하를 가져온다. 언어 발달과 더불어 정서발달 역시 아동기가 특히 중요하다. 정서는 태어난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정서가 활발히 발달해야 할 아동기에 나타난 결여는 성장기가 끝난 이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영국 브리스톨대학 연구진은 700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아동 정서발달 현황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미운 두 살 현상’이 8세의 아동에게도 나타났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미운 두 살 현상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미운 네 살 현상이라 알려져 있다. 2~4살의 아동기는 영아의 자아가 발달하는 시기로 부적 감정이 고도화되고 기복이 심하다. 이러한 현상은 유치원을 다니는 시기부터 점차 완화된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정서발달이 지연되면서 이 현상이 8살 안팎의 아동에게 여전히 나타나고 있어 문제다.
“코로나19를 피할 수 없다면, 아이를 위한 적절한 정책이라도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아동업계 관련 종사자가 아니면 일상생활에서 코로나19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 가질 기회가 좀처럼 없다. 아동 문제를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는 부모는 현재 직면한 상황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표한다. 당장 내일 코로나19의 끝을 맺는다고 할지라도, 아동이 마주한 문제는 곧바로 해결된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언제 코로나19가 완화될지, 혹은 더 악화할지 아무도 모른다. 길게 보면 곧 우리 사회와 직결되는 아동 문제를 위해 그들을 향한 우리의 관심과 적절한 대안이 필요한 때이다.
아이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시간조차 주어지기전에 마스크착용의 의무화로 감당하기 힘든 시기를 어쩔수없이 견뎌내고있는것같습니다
학부모들도 교사들도 그리고 아이들도 사회의 진정성있는 관심으로 이 상황을 이겨낼수있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방법을 제시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