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민주, 정의’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오로지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 낸 첫 승리다.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일상, 그리고 우리 지도자를 공정하고 자유롭게 선출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실천이 우리나라 많은 국민의 노력과 헌신, 희생이 있었다. 4·11 마산 민주항쟁과 김주열 열사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현재 미얀마에서는 민주화를 위해 시위 중이다. 미얀마 시위를 보면 61년 전 마산의 모습이 떠오른다.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과 과거 우리 국민들은 다를 바가 없다.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과 진실은 총칼로도 결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의 역사가 분명히 증명하고 있다. 3·15 의거와 4·11 마산 민주항쟁으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어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 4·11 민주항쟁과 김주열 열사
김주열 열사는 옛 마산상업고등학교(현 용마고등학교) 입학생이었다. 그는 1960년 3월 15일, 자유당 이승만 독재정권이 저지른 부정 선거에 항거한 마산 3·15 의거 시위 중 행방불명됐다. 그로부터 27일 후인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 시신 한 구가 떠올랐다. 오른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김주열 열사였다.
당시, 독재자 하수인이었던 경찰들은 만행을 숨기기 위해 3·15 의거 현장에서 쓰러진 열사 시신에 돌을 매달아 바다에 던졌다. 이와 같은 독재자의 만행에 마산 시민들의 분노는 민중봉기로 폭발했다.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떠오른 다음 날인 4월 12일, 8개 고등학교 마산공업고등학교, 창신고등학교, 마산여자고등학교, 마산고등학교, 제일여자고등학교, 마산상업고등학교, 성지여자고등학교, 간호학교 학생들의 주도로 시위를 펼쳤다. 우리 대학 전신인 해인대학에서는 4월 13일 100여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 시위 당시, “비폭력주의로 대항한다.”,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투쟁한다.”, “무저항주의로 자유당 독재정권이 물러갈 때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투쟁한다.”라는 3개의 구호를 외치며 비폭력 민주 정신을 굳건히 했다.
3·15 의거 정신의 계승은 1960년대 당시, 정의롭지 못한 통치 세력에 저항하여 새 시대를 도래한 데에 있다. 과거에는 나라를 되찾는 일에 온몸을 바쳤던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이 있었다. 현재는 우리 사회가 처한 어려움을 알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운동과 동일하다. 미래에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정신과 같다고 볼 수 있다.
3·15 의거의 역사적인 의의는 4·19혁명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이승만 독재정권을 끝낸 역사적인 사건이다. 구호를 외치며 투쟁하던 해인대학교 학생들 시위의 역사적인 의의는 4·19혁명 이후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이바지한 최고의 대학생 민주항쟁이다.
■ 김주열 열사 추모식 개최
1960년 4월 11일, 행방불명 된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마산 중앙부두 앞바다에 떠올랐다. 이 사건으로 인해 시민들은 분노에 차 2차 시위를 일으켰고, 이는 전국으로 번져나가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김주열 열사는 3·15 의거와 4·19혁명을 잇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의 상징인 인물이다.
지난 4월 11일 오전 11시, 창원 마산합포구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인 마산 중앙부두에서 4·11 민주항쟁을 기념하고 김주열 열사를 기리는 추모식이 개최됐다. 이 날 행사에는 김경수 도지사, 박종훈 교육감, 허성무 창원시장,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백남해 이사장, 유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에서는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에 새롭게 조성된 ‘추모의 벽’ 제막식과 참석자들의 기념사가 이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조모아 미얀마한국연대 대표도 참석해 미얀마에서 진행 중인 민주화 운동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며 한국의 연대와 지지를 호소했다.
“선배 열사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듯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어떤 시대적 과제가 주어져 있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지금의 시대적 과제다.” 김경수 도지사는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민주주의가 수많은 민주 영령의 피와 눈물로 일구어낸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기억하고 또 기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에게 “깊은 존경과 지지를 보낸다.”며 응원의 말도 덧붙였다.
이번 61주년 4·11 민주항쟁 기념 및 김주열 열사 추모식은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이날 추모식의 핵심은 ‘미얀마 민주화’와도 관련이 있었다. 현재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군사 쿠데타에 대한 반대와 미얀마 민주시민들의 민주화 투쟁에 연대와 지지를 통틀어 그 의미를 너무나 잘 살렸다. 현장에서는 ‘미얀마 민주화 시위 연대 성금 모금 운동’도 함께 벌어졌다. 백남회 이사장을 비롯한 1,140여 명의 창원시민과 학생이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라는 손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을 모아 조모아 대표에게 전달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민주주의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지금도 목숨을 걸고 군부의 총탄에 맞서고 있는 미얀마 국민에게 61년 전 김주열 열사와 민주 시민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박종훈 교육감은 민주주의를 향한 세계 시민들의 외침에 연대와 지지로 우리가 함께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민주주의를 꽃피우신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늘 잊지 않겠다는 말도 함께 덧붙였다.
‘이 세상 끝까지라도 죽음의 끝까지라도 / 단숨에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머니 / 달려가 겨울을 이기고 봄 문안 나오는 / 마산(馬山)의 풀꽃이여 돌멩이들과 함께 / 뜨거운 어깨를 맞대고 박수를 치며 / 겨우내 묻어놓았던 더운 해방의 노래를 / 힘차게 힘차게 부르고 싶어요 어머니 / 보세요 어머니 / 인동(忍冬)의 빗장을 풀며 골목마다 거리마다 / 꽹과리소리 북소리를 높이 올리며 몰려나오는 / 아아 저기 저 눈부신 봄을 / 마산(馬山)의 모든 봉수대들이 봉불을 놓아 / 마산(馬山)의 모든 산봉우리들이 봉불을 놓아 / 마산(馬山)의 모든 산봉우리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 우리나라의 모든 산맥들이 굽이쳐오고 있어요 / 달려가고 싶어요 어머니 / 마산(馬山)의 봄 속으로 달려가 / 이 세상 가장 붉은 꽃 한송이로 피고 싶어요 / 육신 살라 불살라 훨훨 타오르고 싶어요’ 우리 대학 정일근 석좌교수가 쓴 ‘김주열’ 시의 후반부다. 이 시를 포함해 총 66편의 김주열 열사와 관련된 시가 『다시, 김주열』 시집에 수록되었다. 『다시, 김주열』은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가 4·11 민주항쟁 60주년을 맞아 펴낸 김주열 시 모음집이다. “기억은 기록될 때 역사가 됩니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한 사람에게서 다음 사람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돌입니다.” 백남해 이사장은 발간사에서 김주열, 그 이름과 정신이 시집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과정에 3·15의거가 일어났고 4·11 민주항쟁이 있었다. 현재도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열망과 외침은 61년 전 마산과 같다. 미얀마 사람들과 마산의거 시민들의 본질은 같다. 지구촌 곳곳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총칼 앞에서 연대와 지지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간절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