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시대>에 배우 심영이 등장해 “고자라니”라며 울부짖는 짤이 있다. ‘짤’은 주로 인터넷상에서 사진이나 그림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짤방’에서 비롯된 말이다. 현재까지도 사용되는 밈이며, 고전 밈 중 하나다. 박미선 짤도 빠지면 섭섭하다. 박미선은 <순풍 산부인과>에서 미달이 엄마 역으로 등장했다. 그중 한 장면이 다시금 떠오르며 밈으로 사용되었다. 우리는 과거 드라마나 예능의 한 장면을 캡처해 짤로 이용한다. 밈은 우리 생활에 깊게 자리 잡았다. 이렇듯 우리에게 친숙한 밈에 대해 알아보자. / 문화부
휴대폰으로, 컴퓨터로 얼마든 인터넷에 접속 가능한 요즘이 밈의 전성기다. 1990년대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에 패러디와 변조 의미로 나아갔다. 인터넷 보급이 폭발적인 시기에 새로운 방식의 문화 전파 현상이 발생해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표현을 이용했다. 최근 방송가도 밈으로 콘텐츠를 생산한다. 과거 대중이 수동적으로 문화를 수용했다면, 현재 콘텐츠 제작 주도권은 대중이 가진다.
*일상 속에서 만드는 밈의 시작
밈(Meme)은 1976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의 진화를 설명할 때 처음 등장했다. 밈은 복제된 것이라는 그리스 단어 ‘mimema’에서 나온 ‘mimeme’를 유전자와 유사한 음절에서 유래했다. 이때 밈은 한 사람이나 집단에서 다른 지성으로 생각이나 믿음이 전달될 때 연결되는 모방 가능한 사회적 단위를 총칭한다. 그러나 인터넷 밈은 대개 모방의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달되는 생각이나 스타일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짤방’, ‘짤’ 등으로 표현된다. 인터넷 밈은 밈의 하위문화 개념으로, 인터넷 문화와 환경에 특정되었다.
인터넷 밈은 유행어와 비슷한 면이 많다. 그러나 밈은 언어에 국한되지 않고, 영상물, 사진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단순히 언어유희에 그친 유행어는 ‘개그콘서트’에서 쉽게 찾아진다. “~있는데”, “앙대요~” 등은 익살스러운 몸짓과 함께 언어로만 전파 된다. 이 유행어가 사진이나 영상물로 제작되어 사람들에게 퍼지면 밈 문화로 자리 잡는다. 인터넷 밈 문화는 누구나 만들어 내어 규격화된 방법은 없다.
공중파에 나서는 순간 밈은 사망 선고를 받는다는 풍문이 떠돈다. 밈은 ‘아는 사람만 아는’ 뉘앙스를 풍기며 유행한다. 인터넷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밈은 먼 존재다. 밈은 절묘하게 사용될 때 웃음을 유발한다. 공중파에 등장하며 너도나도 알게 되는 순간 ‘아는 사람만 아는’ 분위기와 절묘함이 사라진다. 대중화되면서 억지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밈 문화
최근에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 캐릭터인 이태오가 했던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일명 ‘사빠죄아’가 열풍이다. 또 <부부의 세계> 명장면, 명대사를 하나의 사진으로 합친 짤도 커뮤니티에서 유행이다. 이전에는 드라마 <스카이 캐슬>도 열풍을 이끌었다.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쓰앵님” 등으로 만든 짤은 한동안 카톡 방에서 끊이지 않는 짤이었다. 이런 밈들을 패러디하거나, 따라 하는 사람도 많다.
영화에서 만들어진 밈도 존재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등장한 ‘제시카송’이 북미를 강타했다. 영화 속에서 매우 짧게 등장했지만, 외국 팬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기생충> 북미 배급사는 배우 박소담이 직접 노래를 가르쳐주는 영상과 함께 벨 소리 다운이 가능한 링크도 내걸었다. ‘제시카송’은 ‘독도는 우리 땅’ 멜로디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관람객이 독도에 관심 가지도록 만들었다.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도 밈이다. ‘짜파구리’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친 요리다. 그 덕에 ‘짜파게티’와 ‘너구리’ 제조사는 본격적으로 ‘짜파구리’를 출시하며 <기생충> 열풍에 합류했다.
밈은 정치계에도 등장했다. 일본 환경부 장관 고이즈미 신지로는 ‘펀쿨섹좌’로 알려졌다. 고이즈미 신지로는 기자회견 당시 기후 변화를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물음에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라고 답변해 논란이 되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조롱의 의미로 이용되는 밈이다. 뉴질랜드에서는 기성세대의 야유를 한 번에 잠재운 여성의원의 말이 밈이 되었다. 25세 여성의원은 기후변화에 대해 연설을 하던 중 기성세대 의원의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여성의원은 “오케이 부머(OK, Boomer)”라고 응수했다. 뉴질랜드 밀레니얼 세대는 환호했고, 한국에서도 “네, 다음 꼰대”라는 의미로 번역해 이용되었다.
*유행 타는 밈, 어디에서?
밈 유행의 발자국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보자. 최근 큰 인기를 누리는 가수 비의 ‘깡’은 유튜브에서 시작되었다. 한 여고생이 깡을 따라 추는 영상이 조회 수 300만을 넘게 기록했다. 따라서 깡에 관한 관심도 증폭되었다. 직접 깡 뮤직비디오를 찾아보는 사람도 생겨 저절로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높아졌다. 댓글에는 비의 팬인 한 네티즌이 금지사항 20가지를 적은 ‘비 시무 20조’를 만들어 큰 공감과 웃음을 주었다. 깡의 열풍에 기업 마케팅도 재빨리 대세에 편승했다. 농심에서는 새우깡 모델로 비를 발탁했고, 공식 SNS에 가사를 변형해 새우깡, 감자깡, 고구마깡 등을 홍보했다.
지코의 ‘아무 노래’도 유명한 밈 컬쳐 예시이다. 아무 노래 챌린지는 틱톡에서 유행이 시작되었다. 틱톡에서 아무 노래 챌린지 조회 수는 4억 뷰를 돌파했다. 영상 속 지코는 파트너 연예인과 함께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모두가 따라 할 수 있는 쉬운 안무로 다양한 사람이 재가공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유명 연예인과 유튜브 인플루언서들이 아무 노래 챌린지에 동참해 파급력은 더욱 커졌다. ‘관짝소년단’처럼 수입 밈은 유머 사이트에서 먼저 반응이 온다. 유머 사이트에서 밈이 흥하면 유튜브로 전파되는 방식이다. 밈의 흥행에는 댓글이 큰 역할을 한다. 댓글을 통해 자주 이용되면 흥행하는 밈이 된다.
밈 문화는 인터넷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다. 과거에 빛을 보지 못했던 드라마나 영화들이 다시금 떠오르는 발판이자, 망한 줄 알았던 노래가 역주행하는 기회를 만든다. 대중의 선택을 받은 밈은 문화를 모방하고 전승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자연스럽게 태어난 밈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문화를 제대로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