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무게
사랑의 무게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03.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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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이들이 수련회에 가서 부모님께 감사하자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누구는 울었을 수도 있고 누구는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는 항상 우는 쪽이었다. 왜인지는 아직도 정확히 모르겠지만 엄마라는 단어만 들으면 눈물이 난다. 엄마는 그 이름만으로도 나를 눈물 나게 만드는 존재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께서는 다른 지역에서 일하셨다. 초등학교 때 지금 사는 지역으로 왔지만, 아빠의 직종이 출장이 잦은 직업이라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아빠는 한 달에 한두 번밖에 볼 수 없는 존재였다. 자연스럽게 엄마와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만큼 엄마와 더 가까이 지냈다. 아버지께서 아프셔서 1~2년 정도 일을 못 하시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셨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와 연년생 남동생은 중학생이었다. 아버지가 일을 하실 수 없으니 엄마는 주중에는 마트에서 일하시고, 주말에도 계속 일하셨다. 그다지 튼튼한 몸이 아니셔서 쉴 틈 없이 일하시고 몸이 안 좋아지셨던 기억이 있다. 주중에는 아침과 저녁에만 엄마를 볼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기 전에 보고, 집에 돌아와 동생과 저녁을 챙겨 먹은 후 저녁 10시가 다 돼가는 시간이 돼서야 엄마는 집에 들어오셨다. 주말에도 엄마를 보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주말에도 일하기 위해 나가셨고 아침에 나가셔서 대부분 저녁 즈음에 돌아오셨다. 같이 저녁을 먹을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날이 잦았다. 나는 엄마가 힘들게 일하며 우리 집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지켜봤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부모님은 항상 커다랗게만 느껴지는 존재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나오는 대사가 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언제나 태산 같았던 부모님을 만나고 싶다는 대사였다. 당시에 드라마를 볼 때는 그 말이 와닿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아프실 때도 엄마는 강해 보였고, 대단해 보였고 모든 걸 품어줄 것만 같은 존재였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렇게 굳건해 보이던 엄마가 무너졌다. 4월 마지막 주 금요일로 기억한다. 내가 대회를 나가기 전날이었다.

  그날은 대회를 가기 전에 숙제를 다 하기 위해서 책상에 앉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집에서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텔레비전 소리인 줄로만 알았다. 계속 같은 소리가 들려와서 건너 가보니 엄마가 화장실 앞에 앉아 울고 계셨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충격이었던 것은 엄마의 말이었다. 엄마는 자신이 왜 울고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하지만 울음이 멈추지 않는다고 하셨다. 나는 충격에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119에 신고를 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엄마라면 기억할만한 내 전화번호, 신발 사이즈, 반, 번호, 동생 반 같은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물어보았다. 그 모든 것은 기억이 나지만 자신이 왜 울고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아버지께서 돌아오시고 당황하시다가 나에게 상황을 들으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119가 와서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엄마는 진정하시고 기억을 되찾으셨다. 하지만 왜 우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는 엄마의 모습과 울음소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날 이후로 내가 피부에 와 닿게 느낀 것은 엄마가 평생 내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언제나 곁에 있을 것만 같은 존재이고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 존재이다. 그런 엄마와 평생 같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크게 와 닿지 않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 일을 겪고 나서 정말 언제든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 건 엄마가 한 번씩 하는 말씀이다. 엄마는 자신이 치매에 걸리면 바로 요양원에 보내라는 말씀을 종종 하신다.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언젠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받는 기분이다.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평화로운 일상은 언제나 변할 수 있고 언제까지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상상만으로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지금 곁에서 따뜻하게 웃어주시는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엄마라는 단어만으로도 가슴이 아린 이유는 그 무게가 내가 엄마를 사랑하는 무게와 같아서일 것이다. 받은 사랑을 모두 돌려드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그 절반이라고 돌려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오늘도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려 전화를 한다.

박미정(유아교육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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