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타도, 유신철폐”를 외치며 어깨동무하고 교문을 향해 내려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년이 흘렀습니다. 2019년은 그동안 망각되다시피 한 부마민주항쟁이 재조명되면서 많은 일을 한 해이기도 합니다.
그 첫 번째가 10월 16일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일 지정입니다. 59만 3천 명의 국민들이 서명에 동참해 주신 결과 40년만에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일이 지정되었고 더 큰 의미 4대 민주화운동 모두가 국가기념일이 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첫 국가기념식을 경남대학교 대운동장에서 대통령과 함께 국민 3,000여 명이 모여 개최한 것입니다. 그 결과 민주 성지 경남대학을 널리 알리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1979년 당시 마산시 산호동에서 숨진 故 유치준 님의 부마민주항쟁 관련 사망자 인준입니다.
그 밖에도 창원시와 기념재단이 함께 시민들이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하였습니다.
▲시민들에 다가간 찾아가는 음악회 6회, 열린음악회 3회 ▲항쟁 참가자의 실화를 극화한 ‘거룩한 양복’ 연극 순회공연 ▲‘유신의 심장을 쏘다’라는 주제로 서울, 광주, 청주, 창원, 부산에서 전시한 아카이브 순회전 ▲팔룡산 걷기대회 ▲MBC 경남홀에서 ‘시월의 구름들’이라는 주제로 지역 대학생들이 출연한 민주 대동큰잔치 ▲국가기념일지정 공포일 오동동문화광장에서 국가기념일 지정 축하음악회 ▲경남대학교 화영운동장에서 지행된 40주년 및 국가기념일지정 축하 KBS 열린음악회 ▲동아시아 국가들의 민주주의를 비교하는 국제학술대회 ▲석동중학교 ‘우분투’의 청소년 뮤지컬 ‘빛날’ 공연 ▲가수 마야가 특별 출연한 부마민주음악제 ▲켄 로치 감독 회고전과 함께한 부마 영화제
또한 방송사와 협업하여 ▲‘유신을 흔들다, 부마민주항쟁’을 주제로 KBS 역사저널 ‘그날’에서 역사 토크쇼 ▲‘나는 저항한다, 그는 왜 쏘았는가’ 타이틀로 MBC 다큐 스페셜 2부작 ▲‘79년 마산’의 라디오드라마 20부작을 방송하여 전국적으로 부마민주항쟁의 가치를 한 번 더 알렸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과 방문객이 모인 진해군항제, 복지박람회, 축하음악회, 야구경기장, 국화축제장에 홍보 부스를 운영하였습니다. 또한 5개 구청과 창원시청, 경남도의회에 소규모 사진전을 개최하여 시민들에게 일상 속에서 부마민주항쟁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부마민주항쟁 40주년인 2019년은 40년간 고문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부마민주항쟁 참여자, 뜻을 같이한 분들과 함께 힘겹게 지켜 내온 일들이 재조명된 뜻깊은 한 해였습니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싶고, 세상만사 새옹지마라는 옛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실감하게 해주었습니다.
악몽에 시달리며 움츠려 있다가도 내 딸들에게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각오로 여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상담소를 여는 등 인권운동을 하는 과정도 치유와 2차 피해가 반복 되는 지난한 세월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10월 22일을 Day로 정하고 시국집회를 모의하던 목숨 걸었던 결의와 동지애를 기억하면 다시 일어서게 되었습니다.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일 지정과 관련된 여러 사안은 마산, 부산 두 지역의 일이라 합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여러 문제를 원만하게 조율하고, 첫 기념식을 우리의 모교에서 개최토록 하는 과정에서 보여 준 지역민의 노고와 동문들의 남다른 협조에 이 지면을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자랑스러운 민주 성지의 기상을 품은 한마인, 사랑하는 후배 여러분! 민주성지 마산의 모태인 월영 언덕에서 꿈과 열정, 태산같은 자부심으로 누운 풀처럼 겸손한 자세로 2020년 새해를 품으시길 바랍니다.
최갑순(국어교육과 졸업,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