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루틴에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이 있다. 집에서 가까워서 내가 즐겨 찾아가는 마산 창동으로 천천히 걸어서든, 자전거를 타고서든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러 간다. 마산의 원도심에는 다양한 맛을 가진 커피 가게가 많다. 요즘 나는 창동 S 커피숍에서 아침의 힘, 아침 커피를 즐긴다. 커피의 기본인 아메리카노나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경우 테이크아웃을 하면 가격이 1천 원이고, 가게 안에서 마시면 1천5백 원이다. 사실 창동에는 이른바 ‘빽·컴·메’(빽다방·컴포즈커피·메가커피)보다 저렴한 초저가 신생 브랜드까지 나타나 경쟁 중이다.
우리나라는 지구촌 최애 커피국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이라고 한다. 전 세계 1인당 연간 152잔의 커피 소비량과 비교해 봐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2018년 363잔에서 연평균 2.8% 증가했다. 지난해 318잔을 소비한 아메리카노의 나라 미국보다 80잔 이상 많은 커피를 소비한 셈이니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가히 세계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국민이 유행가 가사처럼 ‘싸구려 커피’나 마시는 것은 아니다. 한 잔에 48만 원 하는 고급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니 놀라운 수준이다.
중세 모로코 마라케시의 화려함이 느껴지는 한 고급 해외 커피 브랜드가 한국에 입점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 커피숍에서는 200종이 넘는 고급 원두를 주문 즉시 원하는 굵기로 갈아 내려주고, 커피를 내려 골드팟에 담아낸다고 한다. 그 커피가 가히 ‘커피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까닭이 다 있다.
커피 한 잔 가격이 골드팟 350㎖ 기준 1만 6,000원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내가 찾아가는 커피 가게 테이크아웃의 아메리카노 16잔 가격이다! 최고 가격의 커피는 ‘파라이소 골드’로 350㎖ 가격이 48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100g당 140만 원인 브라질산 초고급 원두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도 커피 애호가들이 찾는다고 하니, 커피를 두고 빈익빈 부익부의 소비층이 만들어지고 있다. 즉 커피에는 중간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입구가 창동 대로로 열린 곳에서 즐기는 1천5백 원짜리 커피가 좋다. 몇 명이 합류한들 지갑을 호기롭게 열 수 있다. 내가 봉사 활동차 다녀온 국가 중 동티모르가 있다. 나는 그곳에서 그들의 커피 농사를 공정무역 잣대로 지원하며 한 철을 보낸 적이 있다.
동티모르에서 나는 우리 앞에 커피 한 잔이 놓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손들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지를 보고 알았다. 붉게 익은 커피 열매를 골라 따는 손, 커피 열매 과육 속에서 씨앗을 꺼내는 손, 씨앗 속에서 그린빈(원두)을 찾아내는 손, 그린빈을 모아 널고 말리는 손…, 나는 적도 가까운 강렬한 뙤약볕에 커피 농사를 지으며 일찍 늙어버린 그 노동의 손 앞에 너무 쉽게 커피를 마셔온 일을 반성했다. 원산지에서 보는 커피는 생존의 또 다른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한 가지 팁. 커피 꽃은 재스민 향기를 내며 하얗게 핀다. 그 꽃도 수련(睡蓮)과 닮아 사흘 피었다가 모두 진다. 이렇듯 신기한 자연의 이치가 커피 꽃에 있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