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가작: 변다온(체육교육과·2)
무중력
푸른 바다에서 발버둥 치듯 헤엄친 어느 날
파도가 사랑을 노래하는 곳에서 윤슬이 춤을 췄다
내게서 가장 하얀 곳에 숨겨둔 알록달록한 마음
지느러미에 달고 등푸른 생선이 되겠다 네게 말했다
건조한 공기가 코스모스 꽃내음 퍼뜨린 어느 날
두 다리를 당기는 바다에서 헤엄치듯 발버둥 쳤다
쪽빛 하늘의 매혹에 두 눈을 빼앗긴 채
왔던 길 거슬러가며 언젠가 돌아오겠다 네게 말했다
겨울의 햇살이 따스하게 느껴질 때
중력은 봄을 끌어당긴다 네가 말했다
얼어있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오는 빛
무중력의 행성에서 기억의 모래성을 쌓고 있다
흩어지는 파편들의 끝자락을 붙잡으며
10·18문학상 시 심사평
올해 10·18문학상 공모 작품 수준은 현저히 높았다. 다만 작품의 평준화 현상으로 인해 우열을 가리는 데 애를 먹었다. 심사를 하다 보면 간혹 눈에 확 띄는 작품이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번 현상공모에서는 그런 기대에 부합하는 작품을 찾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작품 중에 〈봄여어어어어름결겨어어어울〉, 〈계단〉, 〈무중력〉을 오래도록 살펴보았다. 〈봄여어어어어름결겨어어어울〉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늘어 쓰고 또 이를 주제에 걸맞게 전개해나가는 시의 서술방식이 독창적인 작품이었고, 〈계단〉이란 작품은 계단의 특징을 잘 살려서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무중력〉은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는 문장력이 뛰어나며 무중력이라는 추상명사를 중력과 대비시켜 시적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하는 작품이었다.
이번 10·18현상공모는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무중력〉을 뽑는다. 그리고 〈봄여어어어어름결겨어어어울〉과 〈계단〉을 장려로 뽑는다. 당선된 사람에게는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며 낙선된 사람들에게는 다시 도전과 함께 문운이 늘 같이하기를 바란다.
정일근(한국어문학과 석좌교수·청년작가아카데미 원장)
10·18문학상 시 가작 수상 소감
문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화면 속 빛나는 선수들을 보며 친구들과 어린 꿈을 꾸던 저에게 문학은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였습니다. 그런 제게 시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뭔데?’라는 질문을 들고서 어느 순간 찾아왔고,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던 문학은 흘러나오는 음악만큼이나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군에 입대를 하고 무중력이라는 글을 쓰는 동안 거제도의 쪽빛 바다를 많이 떠올렸습니다. 매일 눈을 뜨면 보이던 바다를 오랜만에 찾아갔을 때, 바다는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서 그 시절의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저에게 시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보고 느끼는 것들을 읽고 표현해 보며 ‘나’를 더 알아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써왔던 글이 완성된 시라고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토막글이라고 말하던 글이 시가 되게 피와 살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시문학창작수업의 정일근·권수진 시인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부족함 많은 글 읽어주신 심사위원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더 열심히 ‘나’를 찾아가라고, 또 언젠가 ‘나’를 알게 된다면 ‘너’, 그리고 ‘우리’에 대한 글을 쓰라고 주신 상이라 생각하고 더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변다온(체육교육과·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