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시절, 친한 선배와 함께 월영지 주변에 있는 시원석에 대해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3·15 민주 정신으로 일어난 10·18 부마민주 항쟁의 그날을 기억하며”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 그 시원석은 2009년 경남대 동문공동체에서 건립했다고 한다. 월영 캠퍼스에는 이처럼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기리고자 했던 우리 대학 선배 동문들의 옛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경남대에 있어 10·18 부마민주항쟁은 여러 민주화운동 중에서도 특히 큰 의미를 가지는 역사적 사건이다. 1979년 부산에서의 반독재 시위에 이어 10월 18일 항쟁이 일어난 지역이 바로 마산이었고, 그 시작지가 바로 월영 캠퍼스였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은 이러한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오늘날에도 여러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특히, 학생 단위에서는 ‘시월제’라는 이름의 문화제를 매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러한 민주화운동 기념들이 학생들에게 있어 그저 상투적인 연례행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곤 한다. 이번 달 열렸던 시월제 행사들은 그런 우려를 심화시키는 일이었다.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10·18 부마항쟁에 관한 내용은 개회식사 회자의 짧은 멘트가 끝난 후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화 열사에 대한 묵념 식순은 부스에서 술을 마 시는 학생들의 잡담 소리로 어수선하게 진행됐다. 시월제가 문화제로서의 성격을 가진 만큼 즐기는 것 자체는 당연하다. 하지만, 행사 자체의 본질이 흐려지는 걸 지켜보는 건 씁쓸한 일이다.
이번 학생자치기구 선거에서는 공약지 내 사업 장소 란에 ‘10·18광장’ 을 ‘5·18광장’으로 잘못 표기한 후보자가 등장했다. 경남대학보사는 후보자 소견발표회에서 이러한 표기 문제에 대해 지적했지만, 입후보자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인지 자체를 하지 못하는 듯했다. 역사 인식에 대해 강하게 비판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애초에 아무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주제인 것 같았고, 굳이 성내는 것 자체가 무용한 일이 아닌지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월영지를 쓸 때마다 늘 선명한 논조로 날카롭게 지적하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소 흔들리는 마음으로 원고를 맺는다. 오늘날 우리 대학 재학생들에게 있어 민주화운동은 어떤 의미일까.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