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향 시인의 세 번째 운문일기 『그날 그 꽃』이 가을의 정취와 함께 출판됐다. 전작 『황금장미』에 이어 또 한번 꽃을 피운 유려한 언어의 성찬이자, 더 깊어진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집이다.
『그날 그 꽃』은 ‘피어남’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계절마다 꽃은 피어나고, 매일 걷던 익숙한 길은 어느 날은 푸르른 잎으로, 또 어느 날은 하얗게 덮인 눈으로 새삼 시인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그리고 『그날 그 꽃』은 ‘사라짐’의 미학을 애절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시인의 일기는 “잠 못 드는 밤”에 피어난 “상념의 언어들”이다. 세월이 데려가 버린 사랑하는 이들, “작별 인사도 없이” 휙 넘어가는 서녘 해의 무심함에 대한 토로는 어쩌면 시인과 더불어 우리 모두가 매일 견뎌내야 할 사라짐에 대한 착잡함일 것이다. 하지만 노을지는 해변이나 떨어지는 꽃처럼 사라지는 것들도 아름답기는 피어나는 것들과 매한가지이다. 시인의 언어는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이렇듯 애절하게 그려낸다.
『그날 그 꽃』은 또한 ‘견딤’의 미학을 묵묵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느덧 시인의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한 통증이라는 손님, 그리고 매일의 산책을 방해하는 거센 바람은 그로 하여금 일상의 순간들이란 견뎌내야 할 무엇임을 깨닫게 한다. 세월의 불청객처럼 흰머리는 자라나고, 너무나 중요한 현재의 순간들은 덧없이 흘러 “보지 못할 미래”로 다가올 것이다.
이미선(영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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