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이정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한국문학의 이정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 배채연 기자
  • 승인 2024.11.06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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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의 유래와 한국 독서량의 실태

 

  한국 문학계의 쾌거가 전해졌다. 바로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국제 문학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강 작가는 수상 소식 이후 “잔치나 기자회견 없이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전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축하잔치를 벌이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이 뜻은 노벨상의 의미와도 매우 연관 깊다. 한강 작가와 더불어 노벨상의 기원과 유래, 그리고 국내 독서문화의 현황에 대해 살펴보자. / 사회부

 

  현재 한국 출신 노벨상의 수상자는 1987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찰스 존 피더슨,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김대중 전 대통령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까지 총 3명이다. 찰스 존  더슨은 출생지가 부산인 미국 국적의 화학자이다. 하지만 그가 한국 출신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의 뜻에 따라 국적 대신 수상자의 출생지, 사망지, 수상 당시 소속기관, 수상 이유 등 5개 항목에 대한 정보만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 노벨상의 유래와 역사

  노벨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떠한 과정을 통해 오늘날의 위상을 갖게 됐을까? 노벨상의 유래는 스웨덴의 화학자이자 발명가인 알프레드 노벨(Alfred Nobel, 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시작됐다. 그는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과 업적을 인정하는 상을 만들고자 했으며, 1895년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유언장을 작성해 재산 대부분을 상금으로 기부했다. 그의 유언에 따라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그리고 평화 분야에서 상이 수여되기 시작했으며, 1969년에는 경제학 분야가 추가되었다. 노벨문학상의 설립 목적은 “이상(理想)적인 방향으로 문학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여를 한 분께”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엄격한 기준과 철저한 검토 과정을 통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오늘날 노벨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원과 노벨위원회에 의해 관리되며, 각 분야의 학문과 예술에 기여한 인물들이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고 있다.

 

▲ 노벨문학상과 한강 작가의 수상

  노벨문학상은 문학 작품의 예술성, 문학적 기여도를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하는 상이다. 한강 작가가 이 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한국 문학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더욱 높아졌다. 한강 작가는 ‘채식주의자’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심리적 갈등, 사회적 압박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상을 깊이 있게 그려내며 한국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사실 한강 작가는 ‘부커상’을 비롯해 여러 국제문학상을 수상한 경력으로 한국 문단에서 가장 노벨문학상에 가까운 인물로 계속 평가돼 왔다. 다만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아시아인은 거의 전무하다. 역대 수상자의 평균 나이대는 60, 70대이지만 한강 작가는 53세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작품 외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 한강 작가의 수상 가능성은 낮게 판단됐다. 그러나 스웨덴 한림원은 이 모든 추측에서 벗어나 한강에게 상을 안겼다. 한림원은 “한강은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며,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냅니다. 그녀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습니다.”라고 밝히며 그의 작품과 그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한강 작가는 수상 소식 후 잔잔한 축하를 원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노벨상이 갖는 전통적인 상의 의미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알프레드 노벨이 유언장을 남기면서 의도했던 바는 인류 발전에 기여한 인물과 업적을 조용히 기리자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강 작가의 소박한 축하 방식은 그가 받은 노벨상의 유래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한강 작가의 수상 후 그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는 출간 5일 만에 100만부 이상 판매되며 독서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노벨상 수상이 개인의 영예를 넘어 독서 문화와 출판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한국의 독서 문화와 현황

  한강 작가의 노벨상이라는 쾌거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의 독서량은 매년 줄어드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6명 정도는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은 3.9권으로 전 조사가 이뤄진 2021년보다 0.6권 줄었다. 성인의 평균 독서 시간은 평일 18.5분, 휴일 25.0분이었고, 도서 구입량은 종이책이 1.0권, 전자책은 1.2권 등이다. 성인 독서량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19∼29세)가 74.5%로 가장 높은데, 성인 평균 독서율인 4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코엑스에서 개최된 ‘2024 서울국제도서전’이 전년 대비 약 15%가 증가한 15만 명의 관람객들을 모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해당 도서전의 방문객 중 2030세대가 73%를 차지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독서량은 줄어드는데, 도서전의 관람객은 늘어난 이유가 무엇일까?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유독 2030 여성 관람객이 많았다. 2030 여성들을 중심으로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가 도서전 트렌드에도 새로운 변화를 주고 있다. 보통은 각종 SNS를 통해 정보를 파악하고 소통하며 온라인 도서 구매와 소비가 이루어진다. 또 젊은 층에서 팝업스토어와 같은 제한적 공간에서 굿즈를 구매하고 유대감을 강화하는 소비 형태와 한정판 제품을 소유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도서를 추천하며 독서 트렌드가 더욱 유행하고 있다.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추천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유튜브 업로드 직후 교보문고에서 전월 대비 2배 이상 판매가 증가했다. 보이그룹 BTS의 RM이 읽은 ‘다시, 그림이다’, 걸그룹 뉴진스의 민지가 ‘버블검’ 뮤직비디오에서 읽은 ‘순수의 시대’ 또한 마찬가지로 큰 화제가 되어 판매량이 급증했다.

  한강 작가의 수상은 단지 개인적인 영예를 넘어,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지표가 되었고, 한국 사회 내에서 문학과 독서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줬다. 문학이 주는 깊이와 사회적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노벨상의 기원과 유래를 살펴보면, 그의 소박한 수상 소감 역시 이러한 노벨상의 전통적 가치와 맥을 같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계기로 독서와 문학의 가치가 다시 한 번 조명되기를 기대한다. 아직 한강 작가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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