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쇼핑하러 한 번쯤 롯데백화점 마산점에 방문해 봤을 것이다. 직접 방문해 보지 않았더라도 20층의 높이를 가진 건물의 규모는 길을 걷다가 마주하면 절로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게 하는 위용을 가지고 있다. 이런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오는 6월을 끝으로 폐점한다는 소식이 지난달에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폐점 소식에 지역사회는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의 폐점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 사회부
폐점 소식이 들려오자 기자는 직접 롯데백화점 마산점에 방문해 보았다. 주말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마치 그 모습이 유령도시를 연상케 해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폐점 시간이 가까워 사람이 빠져나간 것인가 했지만, 아직 2시간 정도 남은 영업 시간이었다. 다른 백화점을 방문해 본 경험을 떠올렸을 때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 롯데백화점 마산점의 역사
롯데백화점 마산점의 출발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우그룹이 1996년에 개발 계획을 확정하고 같은 해 12월 첫 삽을 떠 1997년 11월에 대우백화점이라는 이름으로 개점했다. 대우그룹은 마산점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었으나, 1997년은 IMF 외환위기가 대한민국을 강타한 시기였기에 대우그룹의 계획은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우그룹이 해체하는 결말을 맞게 되자 대우백화점의 확장 계획은 백지화되었고 대우백화점 마산점은 처음이자 마지막 지점이 되었다.
대우그룹이 해체한 뒤 대우백화점은 대우인터네셔널을 거쳐 이후 모기업이 포스코에 인수되자 포스코 아래에 위치하게 됐다. 시간이 지나서 2014년 포스코인터네셔널이 KB자산운용에 건물을 매각하였고 롯데쇼핑이 건물을 20년 동안 임차하는 방식으로 2015년 7월부터 롯데백화점 마산점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이것이 다사다난했던 롯데백화점 마산점의 과거 이야기이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으로 새로운 출발은 성공적이었다. 지역사회 환원을 명분으로 지역법인인 롯데백화점 마산(주)을 설립해 지역과의 상생을 도모했다. 또한 이전 대우백화점 상품권과 포인트를 자사의 상품권과 포인트로 교환 가능하게 해 기존 고객들의 불편을 덜어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이 감소하고, 급기야 1층에 공실이 발생해 중고명품 매장을 들이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롯데쇼핑은 오는 6월을 끝으로 매장 운영을 중단하기로 해 이제 롯데백화점 마산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예정이다.
#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문을 닫는 이유
롯데백화점의 사업을 총괄하는 롯데쇼핑은 3월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비효율 점포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최적의 리포지셔닝 방식을 검토해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정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고, 첫 효율화 작업으로 롯데백화점 마산점의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실적이 부진한 매장에 대한 대대적 체질 개선 조치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은 롯데가 국내에 소유한 32개의 매장 중 매출이 가장 부진한 곳이다. 지난해인 2023년 매출이 740억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국내 5대 백화점 브랜드 매장 중에서도 매출이 최하위권에 속하는 수준이다. 인근에 있는 롯데백화점 창원점의 지난해 매출 3,440억 원과 비교하면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매출 기록이다. 이러한 지표들을 보면 기업으로서는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곳 중 하나에 속한다.
건물의 소유주인 KB자산운용은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운영을 종료한 뒤 건물 매각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주택조합과 주거용 오피스텔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주택조합은 대규모 오피스텔 등 신축을 검토 중이며 아직 구체적인 규모는 밝히지 않고 있다.
#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떠난 미래
백화점의 갑작스러운 운영 종료 소식이 들려옴에 따라 이곳에 근무하는 600여 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본사 직영 사원 70여 명을 시작으로 280여 개에 달하는 입점 업체 직원 440여 명, 청소·보안 등 용역 업체 직원들이 이에 해당한다.
백화점 측은 본사 직영 사원은 인근 백화점 발령, 취업센터를 통해 이들의 재취업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입점 업체 직원 등을 대상으로는 취업 알선과 지원을 담당하는 ‘일자리 데스크’를 운영해 계열사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인근에 있는 브랜드 계열사 매장에 연계 채용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창원시도 백화점의 운영 종료로 인해 지역사회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제일자리국장이 이끄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총 9명으로 구성된 TF는 롯데백화점 측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지원방안 등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장금용 제1부시장 주재로 롯데백화점 측과 접촉해 본사 차원의 고용승계와 재취업 지원을 당부했다. 또 장 부시장은 “마산점 영업 종료에 따른 주민들의 상실감이 큰 만큼 롯데 측의 성의 있는 후속 대책을 촉구한다.”라며 “지역 상권 안정화를 위해 시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마산합포구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롯데백화점 폐점 대책도 관련기업과 상의하고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 도청, 시청과 대책을 협의하겠다.”라고 밝혔다. 실제로도 최형두 의원실과 창원시는 해당 문제에 대해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고, KB자산운용 측과도 만나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의 운영 종료 소식에 누구보다 걱정하는 이들은 바로 인근 지역 주민들이다. 누군가는 자신이 자주 가던 백화점이 사라지자 아쉬움을 내비쳤고, 또 다른 이는 안 그래도 상권이 죽었는데 백화점마저 사라진다면 이곳은 동력을 잃을 거라는 걱정을 토로했다. 기업으로서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를 정리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기업은 수익을 추구하는 단체이기에 손해를 보면서까지 운영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영업 종료 소식이 나온 날과 종료일이 얼마 차이 나지 않는 점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에 자리 잡은 이상 백화점도 지역사회의 일원이기에 지역민을 생각해 더 나은 결정을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쪼록 이번 사태가 잘 해결되어 지역에 큰 타격이 없이 잘 봉합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