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이 있어 2024년 갑진년은 366일이었다. 하루는 ‘덤’이었는데 모르고 지나간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그 366칸이나 되는 시간의 긴 열차를 다 밀어내고 2025년 을사년이 찾아왔다. 1월부터 12월까지의 궤도를 따라 또 한 해가 지나갈 것이다. 사실 시간은 보이지 않는 무형이다. 그 무형의 시간을 지혜로운 인간이 계량화시켰다. 무형의 시간을 사람의 팔목 위에 올려놓고 째깍째깍 흘러가게 했다. 인간은 시간을 가지고부터 내일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 흘러가던 시간을 계산했던 인간의 지혜에 감사한다.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고 시간을 분으로, 분을 초로 나누었다. 현대는 그 시간에 맞춰 모든 것이 움직인다. 시작종이 울리고 첫차가 출발한다. 꽃이 필 시간을 가늠하고 과일이 익어가는 때를 알게 된다. 시간은 계획표다. 시간은 사람에게 계획하고 실천하는 힘을 가르쳐준다.
그러나 사람이 시간을 가지고부터 시간과의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100m 세계 신기록이 얼마인지 아는가? 9초 58이다.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100m를 달린다. 자메이카 출신의 우사인 볼트가 2009년 8월 1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기록이다. 언젠가 이 기록도 깨어질 것이다. 사람의 무한질주 본능이 지금 이 시간에도 시간과 시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점점 빠르게 달릴 것이다. 2008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마크 데니 교수는 ‘인간과 말·개의 종별 한계 속도 연구’라는 재미있는 논문에서 인간이 9초 48까지 달린 뒤 기록 향상이 멈출 것으로 예측했다. 과연 그럴까? 우사인 볼트가 2009년 수립한 뒤 아직도 깨지지 않은 최고 기록이 9초 58이기에 언젠가는 100미터 세계 신기록은 0.1초가량 단축될 것이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과 사람의 욕망이 사람을 계속해서 탄환처럼 달리게 만들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기록 단축의 첫 관문은 달리기에 있어 ‘출발 반응속도’다.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단 출발 반응속도를 0.1초로 보고 있다. 놀라운 것은 청각신호가 뇌에 도달하는 시간 0.08초와 뇌가 판단해서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시간을 합하면 0.1초는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시합에서 0.1초 이내에 출발하면 부정으로 간주한다. 인간의 반응속도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 정상급 육상선수들의 출발 반응속도는 0.1초와 0.2초 사이며, 최고기록은 1995년 영국의 린포드 크리스티가 세운 0.11초다. 그러나 청춘이여! 시간과의 경쟁은 무의미하다. 시간은 지혜롭게 쓰는 사람들에게 귀한 가치를 가진다. 앙드레 지드가 말했다. ‘나는 이미 핀 꽃보다 약속에 찬 봉오리를, 소유하는 것보다도 욕망을, 완성보다 진보를, 분별 있는 연령보다 청년 시절을 사랑했다.’고. 그대들의 새해 새 시간이 그러하기를 바란다. 속도보다는 사색을, 과학보다는 철학이 넘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