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이면 많은 학우는 중앙도서관을 향해 떠들썩한 교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고 자리에 앉아 짐을 풀어 시험에 관련된 도서를 찾는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공간은 항상 불이 꺼지지 않는다. “시험 기간이나 공강 시간에 공부하기에는 도서관이 익숙해요.”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하고 당연한 생활 모습이 시각장애인 학우에게도 불편함 없이 당연할까? 현재 학내에는 시각장애인 학우가 없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 재학 중이었다. 그렇다면 현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학내 복지시설은 충분할까? / 대학부
우리나라 헌법 조문 제11조 1항은 ‘모든 사람은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한다. 따라서 사회도 ‘차별’을 없애기 위해 점차 성숙해지는 중이다. 2017년 교육부는 장애 학우 교육 여건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2017 장애 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를 시행했다. 우리 대학은 3단계 중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본교는 장애 학우를 위해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교육 복지를 실천하는지 의문점이 증폭된다.
● 배움으로 잇는 ‘징검다리’ 역할
우리 대학은 점자도서를 대신해서 시각장애인용 광학문자판독기(이하 판독기)와 저시력자용 독서확대기(이하 확대기)를 사용한다. 점자도서를 제작하지 않은 이유는 특별하지 않았다. 점자도서는 보통 도서와 제작하는 방법이 달라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복지 수혜자인 시각장애인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금액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요가 없는 점자 도서를 구입하기에는 제한된 예산 탓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과거 학내구성원 중 시각장애인 학우가 있었다. 그는 실명된 상태가 아니라 시력이 매우 나빴고 책을 읽을 때 글자가 희미하게 보이는 상태였다. 이 학우를 위해 중앙도서관은 확대기와 오디오북을 제공했다. 음성으로 읽어주는 ‘오디오북’은 휴대하기 쉽고 콘텐츠에 맞는 플레이어를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어 점자도서 단점을 보완하기에 충분했다.
● 정보 접근성을 재고한 ‘오디오북’
장애인이 직접 전문 도서관을 찾아 이동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며 우리는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손쉽고 간편하게 접한다. 과거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자가 원한다면 어디서든’으로 변했다. 그중 우리 대학은 ‘오디언도서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사용을 권장한다. 이 앱은 수혜자가 도서관에 직접 가지 않고 간단한 동작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시, 에세이를 시작해서 교육 분야 등 폭넓은 음성 서비스가 제공된다. 딱딱한 기계음 대신 전문 성우가 생동감 있게 전달하여 듣는 이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 편하다. 그러나 오디오북도 완벽하지 않다. 수학이나 과학, 사회과학의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려운 개념은 한 단어, 한 문장을 곱씹어가면서 소화해야 하고 모르는 단어는 검색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부분에서 한계점이 발생한다.
중앙도서관 1층 ‘디지털 자료실’은 비도서 자료(CD, DVD) 등을 소장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지식을 전달한다. 장애인용 고정 열람석은 비장애인 학우들 좌석과 다르게 좌우 간격이 넓고 쾌적한 환경으로 마련되었다. 그리고 도서관에 있는 근로 장학 도우미에게 궁금한 점을 묻거나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희미해진 점자도서의 기능
학우가 구매담당자에게 점자도서 구매를 요청한다면 구매해줄까? 과거 우리 대학 중앙도서관에는 점자책이 구비되었다. 그러나 경남점자정보도서관에서 점자도서 기증을 의뢰받았고 2004년도에 기증했다. 도서관 측은 점자도서를 소장해도 수요가 없었기 때문에 경남점자정보도서관에 기증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경남점자정보도서관에 기증하면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제고해 독서문화 확산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컸기 때문이다. 조남훈 중앙도서관 학술 운영 팀장 겸 부관장은 “학우가 원한다면 장애인 도서관에서 자료를 빌려 대출해줄 생각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모든 세계 도서를 가지고 오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그래도 학우와 정보를 연결해주고 그중에서도 많이 이용된다면 살 의향입니다.”라며 도서관의 건설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아울러 장애라는 다름이 차별되지 않고, 차별을 묵인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2학기에는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대학생 전공 도서나 참고 부록을 장애인 도서관으로 제출하면 제작해준다. 관련 업무는 학생지원팀에 문의하면 된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학업, 직무, 자기계발 및 교양에 필요한 자료를 신청받아 다양한 매체의 대체 자료로 제작·보급한다. 제작이 완료되면 국립장애인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이용 및 내려 받기가 가능하다.
중앙도서관은 우리 학우들의 학업정진과 학습능력을 향상해주는 중요한 기관이다. 우리 대학 중앙도서관은 시각장애인 학우를 위해 판독기와 확대기를 설치했다. 현재는 오디언도서관 앱을 통해서 오디오북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만약 듣고 싶은 책이 없다면 ‘희망도서 신청란’에 신청하면 중앙도서관에서 업로드해준다. 특히, 이번 2학기는 국립장애인도서관에 전공 도서 신청을 학생처에서 도와준다. 이처럼 대학본부와 부속기관의 세심한 배려는 ‘전보다 더 나은’ 우리 대학으로 만들어간다. 대학은 과거보다 발전했지만,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한계점은 분명 존재한다. 문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난항을 겪어 전문 서적 이용이 어렵다. 또. 여러 가지를 동시에 받아들여 집중력이 크게 하락하는 경향도 있다.
우리는 매 순간을 살아가며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차악 대신 차선을 그보다 나은 최선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오디오북은 어느 지점에 있을까? 정답은 미지수다. 무엇보다 비장애인은 장애인과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공존하는 일이 중요하다. 훗날 장애 학우가 우리 대학에 입학한다면 많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고민하여 복지 여건의 초석을 다져야지 않을까?
신재환·허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