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 중 어릴 때 한 번쯤 작가를 꿈꿔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나를 작가로 불러주지 않았는데도 머릿속에 상상력을 불어넣고 내가 만든 세계에서 등장인물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내곤 했다. 그러나 실제 작가가 되기란 쉽지 않다. 소설가란 직업은 갖기도 힘들고, 간신히 작가로 데뷔한 후에도 늘 생계 고민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심지어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지금, 과연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런데 웹소설은 다르다. 웹소설이란 웹 및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해 연재되는 소설을 뜻한다. 웹소설의 탄생은 사실 미디어 환경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제는 대부분의 콘텐츠 소비가 스마트폰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인터넷과 모바일은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직접 올릴 수 있게 되었고, PC 온라인 시대의 인터넷 소설을 거쳐, 웹소설이라는 독특한 플랫폼 기반의 연재소설 공간을 만들어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콘텐츠를 미디어를 통해 더 많이 소비하고, 창작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웹소설을 소비하고 창작하기 시작했다.
‘나는 웹소설 잘 안 읽는데?’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재벌집 막내아들>, <내 남편과 결혼해줘> 등 한국에서 흥행한 드라마의 원작들을 잘 살펴보면 웹소설 혹은 웹툰 원작이다. 이는 웹소설이 영상화, 즉 영화나 드라마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단순히 웹소설뿐만 아니라 웹소설 기반의 영상 또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중요한 IP(지적재산권)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OTT(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등)들이 앞다퉈서 IP를 확보하려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웹소설로 성공한 작품은 영상화가 이루어졌을 때 또한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야말로 콘텐츠 제작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 중 하나인 것이다.
그렇다면 웹소설 작가 데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 기존의 작가 등단 시스템과는 달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상상력이 뛰어나고, 그걸 글로 쓰고, 이를 플랫폼에 꾸준히 연재할 수만 있다면 독자들의 인기를 얻어 데뷔라는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게 웹소설 등단 과정의 최고 장점이다. 내가 소설가라는 지위를 획득해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노트북, 아니 스마트폰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꾸준히 자기 소설을 업로드하고, 독자들의 인기에 힘입어 자신이 쓴 글로 연재를 하고,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나 또한 어렸을 때부터 내가 상상하는 이야기를 플랫폼에 올렸고,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선 댓글을 달아주곤 했다. 심지어 나는 소설가로 데뷔한 적도 없는 고작 학생일 뿐이었는데도 그들은 내게 작가님이라고 부르며 다음 편을 기대하곤 했다. 결국 그 힘이 결국 내가 웹소설 작가로 데뷔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만약 내가 쓴 웹소설이 드라마가 된다면, 또는 영화가 된다면? 내가 쓴 글이 영상화되어 내 눈앞에서 볼 수 있다면 그것만큼 짜릿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날이 머지 않았길, 그리고 ‘웹소설 창작’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이 이런 희열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장민지(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