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신질환, 불편한 진실
[기자의 눈] 정신질환, 불편한 진실
  • 신현식 기자
  • 승인 2024.04.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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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 기능에 이상을 나타내어 일상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지장이 생기는 병적 상태를 ‘정신질환’이라고 한다. 흔히 부정적인 뉘앙스로 ‘정신병’이라고도 불리는 정신질환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정신질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이성적 판단이 무너지고 언어나 사회적 소통이 둔화하거나 환청, 환각을 경험하는 정신증(Psychosis), 현실 판단력에 큰 문제가 없지만 만성적인 고통이 동반되는 신경증(Neurose)이 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중증 정신질환의 모습은 정신증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신증이 실제 정신 질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아니다. 중증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일으킨 범죄를 통해 잘못 인식되는 이미지와 현실 속 정신질환자의 모습은 차이가 크다. 우선, 이전에 정신분열증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조현병(schizophrenia) 환자들의 중범죄 비율은 일반인의 5배로 다소 높은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 범죄율은 15배 낮은 수준으로 절대적인 범죄율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 그중에서 만성화된 환자들은 오히려 공격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정신질환자의 범죄 가능성이 높다거나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는 등의 잘못된 상식과 의견들이 많다. 정신질환자의 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절하지 않다. 조현병의 경우 발병 초기에 약물치료와 비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상당히 호전시킬 수 있다. 다른 정신질환도 마찬가지다. 약물치료, 심리상담 등을 통해 크게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신질환을 가졌다는 사실을 악용하는 사례들이 있다. 심신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하는 능력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을 심신상실, 사물 변별과 의사결정능력이 있지만 그 정도가 일반에 비해서 낮은 수준은 심신미약 상태로 간주한다. 이런 상태에서 일으키는 범죄는 감형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도 흉악범죄, 그중 살인 사건 재판에서만 38건 중 29건이 심신미약으로 형량이 감형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정신질환을 가졌다는 사실로 법적처벌에서 빠져나가는 악의적 행동은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다. 사회적 소수자인 정신질환자의 이미지를 올바르지 않게 사용하는 경우이다. 게다가 정신질환은 단어 자체로 욕설로써 사용되기도 한다.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정신병자’라고 비하하는 일은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일이다. 이런 말들을 누군가는 불편하게 여기는 건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우리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다. 누군가의 부모, 자식, 형제, 연인, 친구이다. 그중 아무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을 수는 없지만 서로의 행동을 이해할 기회는 있다. 그 기회를 혐오 표현을 줄여가는 거울 속의 나에게서부터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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