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수입 맥주 대상으로 ‘4캔에 만원’이라는 파격적인 행사가 이뤄진다. 그러나 국내 맥주는 다르다. 오히려 수입 맥주보다 국산 맥주 값이 더 비싸다. 이러한 이유는 ‘종가세’라는 주류 과세체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과세체계는 크게 종가세와 종량세로 나뉜다.
‘종가세’와 ‘종량세’는 조세 기준이다. 국가가 과세할 때 과세 표준을 무엇으로 두는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종가세는 금액에 기준을 두고, 종량세는 수량에 초점을 맞춘다. 즉, 종가세는 술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측정하는 방식이며 종량세는 알코올 도수와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모든 주류에 대해 종가세를 적용하는 나라는 한국, 칠레, 멕시코뿐이다. 한국 주세법의 토대가 된 일본도 이미 1989년 종량세로 전환했다. 우리나라가 50년 동안 종가세 방식을 선택한 건 세금 부담의 형평성을 강조하는 ‘고가주=고세율’, ‘저가주=저세율’이란 구조를 위함이다. 현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맥주뿐 아니라 소주 등 전 주종의 종량세 전환 방식으로 검토 중”이라며 “4월까지 세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개편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주세 개편안은 내년 하반기 국회를 통과해 2020년부터 시행된다.
현재 가장 큰 관심은 맥주에 쏠렸다. 종량세 도입 논의 자체가 수입 맥주와 국내 맥주의 형평성 문제에서 시작됐다. 국산 맥주는 ‘출고 가격’을 수입 맥주는 ‘신고가격’을 과세 표준으로 하는 것이 논란이다. 즉, 국내 맥주는 이윤이나 판매관리비, 마케팅비 등이 포함 됐지만 수입 맥주는 이윤이나 판매관리비가 포함되지 않는다. 이를 근거로 국산 맥주 제조사들은 세금 부담이 커져 결과적으로 수입 맥주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종량세 방식으로 전환하면 고급술 개발이 활발해져 주류 산업이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종량세를 도입하면 국산 맥주에 대한 세금이 낮아져 판매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수입 맥주와 견주어도 합리적인 가격이 만들어진단 뜻이다. 이처럼 종가세가 시행되면 수제 맥주를 비롯해 생산 비용이 높은 위스키, 전통주 등 고가주류 판매 가격도 하락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와인과 수백만 원짜리 와인의 세금이 같아지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한, 자주 접하는 소주의 세율이 높아질 우려가 있어 반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새 학기를 맞아 처음 마주하는 선후배,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술자리가 이뤄져 우리 대학 앞 댓거리가 들썩인다. 반가움도 잠시. 시간이 흐를수록 술값은 지갑 속 부담으로 이어진다. 하루빨리 좋은 방안이 채택되어 학우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다양한 술맛과 향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