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칼럼] i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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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출판원
  • 승인 2018.09.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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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는 둥근데 둥근 지구 안에 사는 사람들은 곡선보다 직선을 더 좋아한다.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네모난 아파트에서 사는 것을 좋아하고, 네모난 침대에서 잠을 자고, 네모난 식탁에서 밥을 먹고, 네모난 차를 타고, 네모난 일터로 간다. 네모난 책상에 앉아 네모난 컴퓨터를 켜고 하루 일을 시작한다. 잠시도 손에서 뗄 수 없는 네모난 전화기는 인간을 지배한다. 네모난 전화기 속엔 네모난 카드가 들어있다. 그것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것이 결재해 주지 않으면 먹을 수 없고, 입을 수 없고, 잘 수 없고, 움직일 수 없다. 인간이 만든 세상은 모두 네모다.

  사람들은 네모난 상자 안에 추억도 담아둔다. 순간순간 찰칵찰칵 담아둘 추억도 참 많다. 밥 먹기 전, 차 마시기 전, 옷 입기 전, 가방 들기 전, 차타기 전, 가는 곳마다, 하는 일마다 순간순간 네모난 기계에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보고 한다.

  네모난 세상에서 살다 보니 익숙지 않은 모양이 등장하면 당황한다. 내가 그렇다. 네모난 전화기 속에 나의 모든 추억을 담아 두었더니 그 네모난 것이 이제 배가 부르니 그만 달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릇을 바꾸던지 그릇의 크기를 늘려 달라는 것이다. 난 주인으로서 흔쾌히 바꾸어 주겠노라고 네모난 전화기를 들고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그 그릇은 늘어나지도 않고 바꿀 수가 없었다. ‘icloud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예! 용량이 부족합니다. 용량을 늘려 주세요.’ 라는 메시지만 날아온다. 난 구름을 잡지 못 한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은 할 수 있는데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구름은 잡을 수 없다.

  참 요지경 속이다. 손에 잘 잡히고 눈에 잘 보이는 것을 하라고 하면 나 같은 사람도 열심히 연습하면 할 텐데 어찌해서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구름을 가지고 뭘 하라고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가계부를 쓰고, 일기를 쓰고, 사진을 찍고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고 받는 모든 일을 해도 그놈의 아이 클라우드가 받아줘야 한다.

  원래 꿈이란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 그런 것일까? 꿈, 사랑, 희망, 추억, 성취, 목표 같은 추상적인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아 구름 속에 태워 하늘로 둥둥 띄워 보내려고 그러는 것일까? 왜 매일 구름을 잡으라는 것인지 난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꿈, 사랑, 희망, 추억과 같은 아름다운 것들을 담아 두지는 못할 것 같다. 만약 담아 두고 싶다면 지금까지 배운 교육으론 부족해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제 어디로 꿈을 잡는 법을 배우러 가야 할까?

  타계하신 법정 스님 말씀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인간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살아있는 생명을 존귀하게 여겨야 한다.”라고 하셨다. 그 말씀이 생각나는 것은 현대과학, 문명의 발전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어서일까?

  지관타좌(只管打坐)의 가르침! 바로 지금 여기에 한 조각의 구름도 잡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는 난 멍하니 앉아 천천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김필옥(교육대학원 국어교육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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