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긴급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늦은 밤 갑작스럽게 선포된 비상계엄에 시민들은 당혹감을 보였다. 이러한 당혹감은 곧 민주주의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다. 추운 겨울,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열망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무엇이 시민들을 다시 거리로 불러 모았을까. 이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자 K-민주주의연구소 정성기 소장과 우리 대학 학생들을 만나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들어봤다. / 대학부
비상계엄령이 내려지자 곧 계엄군이 국회로 투입돼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상공에서는 특전사 707특임단 대원들이 탑승한 헬기가 국회로 향하고 있었다. 국회의원들은 비상계엄령을 해제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했지만, 경찰에게 막혀 출입 통제를 당했다. 담을 타고 넘어올 정도로 긴박한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은 계엄군과의 치열한 대치 끝에 국회 본회의장에 모였다. 12월 4일 오전 1시 1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국회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해제 결의안’이 가결됐다. 이후 오전 4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비상계엄은 약 6시간 만에 공식 해제됐다.
- 끊이지 않는 ‘12.3 비상계엄’의 비판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이후에도 수많은 비판이 쏟아진다. 먼저 이번 ‘12.3 비상계엄’의 목적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비상계엄이란 헌법 제77조 1항에 의해 대통령이 전시, 사변 혹은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로부터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내리는 조치다. 많은 헌법학자는 현재 대한민국은 비상계엄령을 내려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혼란의 상황이 아니라며 비상계엄의 요건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국방부가 발령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의 내용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포고령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와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등의 문항이 포함돼 있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집회 행위를 제한하거나,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라는 내용이 담겨있어 국민의 권리를 탄압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성기 소장은 ‘12.3 비상계엄’에 대해 대통령뿐만 아니라 비상계엄을 제대로 막지 못한 국무위원들도 제대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적 갈등에 대해 먼저 군대를 동원했다는 부분에서 민주주의에 반하는 심각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대통령과 국회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 이어지는 대학생들의 규탄
전국 대학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성토하는 시국 선언이 잇따랐다. 경남대, 국립창원대, 경상국립대 등 경남권 대학에도 시국선언 대자보가 걸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를 규탄하고자 ‘윤퇴사동’(윤석열 퇴진하면 사라질 동아리)이라는 대학생 연합 동아리가 창립됐다. 윤퇴사동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김민지·김정우 학우를 만났다.
윤퇴사동은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명태균 게이트 의혹’, 계속되는 거부권 행사 등으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자 만들어졌다. 현재 경남대, 국립창원대, 인제대, 한국폴리텍대 등 다양한 대학의 학생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민지 학우는 “평소 정치에 관심 가진 청년들이 모여 윤석열 정부에 관해 많은 논의를 나눴습니다. 토론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알려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라며 동아리 참가 배경을 설명했다.
누구나 한 번쯤 등굣길에 학교 정문 게시판의 대자보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로 윤퇴사동이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해 붙인 대자보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의견을 작성하라는 목적으로 ‘퇴진의 벽’이라는 게시글도 부착됐다. 이외 창원대, 경남대에서 매일 아침 동아리 부원이 1인 시위를 진행하거나,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진행했다. 윤퇴사동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결과를 인용할 때까지 앞으로도 동아리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김민지 학우는 “촛불집회에 혼자 오는 청년들도 함께 집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게 하고자 ‘시민합창단’을 구상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만약 ‘시민합창단’ 모집이 이뤄지면 촛불집회 무대에서 공연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 끝까지 함께, 민주주의를 향한 촛불의 연대
작년 겨울, 몸속을 파고드는 추위 속에서도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촛불을 켰다. 시민들은 모두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적극적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외신도 주목하며 대한민국 시민들의 민주주의 성숙도를 보여줬다. 창원에서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매일 오후 6시 창원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우리 대학 학생들은 집회에 혼자 가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촛불집회 참여단을 만들어 동참하고 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우리 대학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자 집회 현장을 찾아갔다.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시작하는 저녁 시간대임에도 많은 시민이 창원광장에 몰려들었다. 먼저 다채롭게 빛나는 응원봉이 눈길을 끈다. 시민들이 K-POP에 맞춰 응원봉을 흔드는 모습은 마치 콘서트장을 떠올리게 했다. 각양각색의 문구가 적힌 깃발도 주목할 점이다. 광장 한가운데 윤퇴사동 깃발과 우리 대학 학생 촛불집회 참여단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깃발도 함께 흔들렸다. 집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으로 시작했다. 이후 창원광장 근처를 행진한 뒤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우리 대학 촛불집회 참가단장 A씨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한마음 한뜻으로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라며 참여 소감을 전했다. 같이 참여한 학우 B씨는 “처음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지만, 촛불집회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의미에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라며 우리 대학 부마민주항쟁 역사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민주주의가 지속되기 위해 일상 속의 민주주의 실천이 중요합니다.” 정성기 소장은 이번 ‘12.3 비상계엄’에 대해 정부뿐 아니라 국민들의 태도 변화도 필요함을 강조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정치 관심도와 신중한 판단에 의해 정해진다. 정치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제에서도 제대로 된 균형감각을 갖추고 다각도로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 정성기 소장은 “거리의 민주주의를 넘어서 평소에도 권위주의적 분위기에서 벗어나 타인 의견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공론장의 연습이 중요합니다.”라며 마무리했다. 이번 ‘12.3 비상계엄’에 저항한 시민의식은 공기처럼 존재하던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