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모든 시작은 늦지 않았다
[인간극장] 모든 시작은 늦지 않았다
  • 김송현 기자
  • 승인 2025.01.02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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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나이팅게일 선서식
2024 나이팅게일 선서식

 

  간호학과 강의실 맨 앞자리에는 언제나 김소정 학우가 앉아 있다. 늘 수업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책과 노트를 펴 놓고 공부하는 그는, 다른 학우들보다 나이가 많다. 소위 말하는 ‘만학도’다. 하지만 자녀뻘 동기들과 수업을 들으면서도 한 번도 졸지 않는 모습은 뭔가 하기에 늦었다는 말이 과연 맞는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는 우리 대학 법학과 동문이지만, 19년 동안 자녀들을 기르며 전업주부로 지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고, 상급학교로 진학하며 빈 둥지 증후군을 겪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때 첫째가 자신에게 무언가 해 보라며 격려해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우리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석사를 취득하고, 노인복지시설에 취업해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일했다.

  김소정 학우의 또 다른 도전은 간호학과에서 시작됐다. 노년층의 특성상 지병이 있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등 질병에 취약하기에 그도 자연스레 노인들의 질병에 관심을 가졌다.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그가 일하던 시설의 어르신들도 확진 판정을 받았고, 격리 중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 와중, 자신이 그들에게 해줄 것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간호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김소정 학우는 자신이 졸업하면 50살이라고 말했다. 백 세 시대, 인생의 절반을 산 시점이니 무언가를 배우고 시작할 기회가 지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렇게 그는 2024년 3월, 우리 대학 간호학과의 학생이 되었다. 다른 학생들보다 수업을 듣고 공부하는 감각이 떨어졌을까 봐 학교에 오기 전 EBS 강의를 들으며 노력할 만큼 열심이었다.

  그의 목표는 우선 졸업 후 기회가 되는 곳 어디에서라도 임상 경험을 쌓는 것이다. 신규간호사로서는 많은 나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원래의 직장으로 돌아가면 원위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쌓은 경험과 지식에, 사회복지 시설에서 일하며 얻은 시스템과 실무에 대한 지식을 반영해 더 수준 높은 돌봄을 제공하고 싶다고 한다.

  “사실 나에게는 동기들도 아들, 딸뻘인데 이모처럼 잘 따라주니 너무 고맙죠. 일단은 하루살이처럼 살아가고 있어요. 주위에서도 많이 도와주고, 덕분에 잘 지내요. 앞으로 임상실습을 하고, 졸업하는 날까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거예요.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시는 학과 교수님들과 좋은 시설, 늘 친절한 학우들 때문에 계속 포기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합니다.”

  김소정 학우는 인터뷰 내내 감사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나이가 드니 굴러가는 나뭇잎에도 감사하지만, 계속 공부할 수 있는 것도 너무 좋다고 했다. 특히 지난 11월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하며 예비 간호사로서의 마음을 새롭게 다졌고, 내년부터 시작될 임상 실습을 기대하고 있다. 늘 최선을 다하는 그를 보면 언젠가 봤던 한 마디가 떠오른다. ‘지금 시작하기에 늦은 건 키즈모델(Kids Model)밖에 없습니다.’ 모든 시작은 늦지 않았다.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리고 끝을 보려고 한다면 안 되는 건 없지 않을까. 우리가 김소정 학우를 보며 새겨야 할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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