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듣는사람이 받아들이는 기분이 다르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익숙하고 무분별하게 사용했던 단어들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면 어떨까? 그런 뜻인줄 몰랐다고 계속 모르는 채로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차별과 혐오의 뜻을 담은 단어를 사용하고 목격한다.
개강했지만 아직까지도 추위가 가시질 않는 요즘, 다시 장갑과 목도리를 찾게된다.작년 겨울 새로 장만한 장갑이 있다. 엄지손가락만 따로 가르고 나머지 네손가락은 함께 끼는형태의 장갑인데, 이 장갑의 명칭이 불편하다. 바로 ‘벙어리장갑’이라는 이름을 가졌기 때문이다. ‘벙어리’는 언어장애인을 비하하는 단어다. 왜 장애인 비하 단어와 장갑이 결합되어 흔하게 사용 되고 있을까?
국어학자 홍윤표 교수는 ‘살아있는 우리말 역사’에서 벙어리는 ‘막다, 막히다’라는 뜻의 ‘벙을다’에서 왔다고 말했다. 어간 ‘벙을-’에 명사형 접미사 ‘-이’가 붙은 ‘벙을이’가 변형 됐다는 것이다. 예전엔 언어장애인은 혀와 성대가 붙어 있어 말을 못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엄지손가락만 따로 있고 나머지 손가락이 붙어 있는 장갑을 ‘벙어리장갑’이라고 불렀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벙어리장갑’이라는 단어 말고도 우리가 평소 많이 사용하고 접하는 일상 속의 단어들에도 혐오의 표현들이 자리 잡고있다. ‘눈 뜬 장님’, ‘꿀 먹은 벙어리’, ‘결정 장애’ 등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모두 장애인을 비하하는 의미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단어가 아니라도 사회적으로 논란 되는 단어가 있다. ‘마약 옥수수’,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등 ‘중독될 정도로 맛있다’라는 의미로 사용 되는 ‘마약 마케팅’이 논란이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는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허물어지고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특허청은 2018년부터 코카인, 헤로인, 대마초 등을 포함해 마약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상표는 ‘일반인의 통상적인 도덕관념인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는 용어’로 간주해 등록을 거절하고 있다.
현재는 ‘벙어리장갑’이라는 단어를 대체한 명칭이 사용된다. 손을 모아서 끼는 장갑이라서 ‘손모아 장갑’이라고 정정하는 추세다. 다른 표현들도 마찬 가지다. ‘결정 장애’는 ‘우유부단하다’, 혹은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라고 말하면 된다.
물론 장애인을 비하하고 차별하는 마음을 가지고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다치고 아프게 하는 단어라면 당연히 지양해야 한다. 특히나 마약은 범죄와 직결되어있으니 더더욱 주의를 요할 필요가 있다. 무심코 사용하는 일상 속에서 혐오의 표현은 없는지 인지하며 올바른 언어습관을 기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