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이대로 괜찮은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이대로 괜찮은가
  • 신현식 기자
  • 승인 2024.03.06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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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증원과 그 반발, 향후 전망에 대해

  지난 2월 6일, 보건복지부는 2025년부터 의과대학의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발표했다. 이는 2006년 이래 18년 동안 3,058명으로 유지된 의대 정원 규모의 65%에 달하는 숫자이다. 증원 계획에 대부분의 전공의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충분한 의사의 인원, 인구 감소로 인한 의사 수의 감소, 진료비 폭등 가능성, 의료교육 부실화 가능성 등이 그 이유이다. 의과대학 대폭 증원 발표 후 현재 상황을 알아보자. / 사회부

 

  의과대학 증원을 반대하는 전국의 수많은 전공의가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2월 16일 ‘빅5 병원’ 전공의들은 같은 달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한 뒤 2월 20일 오전 6시부터 병원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 대비 체계를 강화했다. 응급의료기관을 24시간 가동하며 12개의 군 병원을 민간인 대상으로 개방하고 상황 악화 시 군의관 또한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환자의 생명에 위협이 되는 일체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 사태의 심각성

  2월 19일 밤 11시까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의 55% 수준인 6,4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소위 말하는 빅5 병원에서는 사직서 제출자가 1천 명을 넘었다. 21일에는 전국의 100대 병원 전공의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8,024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전해졌다. 심지어 사람들이 국가중앙병원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서울대병원에서는 전공의 740명 중 2/3가 떠났다. 그 여파는 상당히 컸다. 전국 병원의 수술 빈도가 기존에 비해 많이 축소되었는데, 빅5 병원은 수술 30~50%가량을 취소했다.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수술을 아예 절반으로 줄였다.

  그리고 23일, 정부는 위기 단계를 ‘관심, 주의, 경계, 심각’ 순서 중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아닌 보건의료의 위기로 인해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상향된 건 이번이 첫 사례다. 이어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종결되는 시점까지 모든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 공백으로 인한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이다.

 

✚ 어쩔 수 없는 공백

  하지만 집단사직이라는 사태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23일 대전에선 80대 심정지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를 돌던 사이에 끝내 사망 판정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현장에 있었던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응급처치하면서 지역 병원 응급실들에 연락했지만, 병상 또는 의료진의 부족, 중환자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무려 7번의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환자는 8번째 이송 요청을 받은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에는 50대 남성이 의식 저하와 마비 증세로 구급차에 실려 왔지만, 같은 이유로 병원 6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하고 53분 만에 다른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오전 1시에도 40대 남성이 경련을 일으켜 119에 신고했으나, 역시나 병원 8곳으로부터 수용 불가를 통보받은 뒤 37분 만에야 한 대학병원에 이송됐다.

  집단행동으로 인한 구급대 이송 지연 발생 건수는 대전에서만 3일간 23건이었다. 부산의 경우 26일 기준 42건으로 그중 6건은 타 지역 병원에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장 이송 시간은 2시간가량이었다.

 

✚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여파

  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일 가능성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각 병원은 응급 상황과 중증도를 고려해 수술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라도 절대 가볍지 않은 암과 같은 질병에 걸린 환자 같은 경우에는 현 상황이 매우 불안할 수밖에 없다. 수술이 지연되는 것만으로도 생존율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상급병원에서 밀려난 외래나 입원 환자들이 대안으로 2차 병원에 몰려들면서 일부 병원의 중환자실이 포화상태가 되기도 했다.

  전공의들의 빈자리에 간호사들까지 투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대한간호협회는 2월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간호사들이 20일부터 총 154건의 대리 처방과 치료 처치 등 의사들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는 애로사항이 신고센터에 접수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간호사들은 채혈, 동맥혈 채취, 심전도 검사, 수술 보조와 봉합 등의 수술 관련 업무를 비롯한 상당 부분의 의료 업무를 지시받았다고 전해졌다. 심지어 대한간호사협회가 공개한 간호사들의 위임 업무 내용 중에는 병동 내 교수의 아이디를 이용한 대리 처방 같은 불법 행위도 포함됐다. 이외에도 휴일 출근 요구, 교수 당직실 준비 등의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중되었다는 점 역시 지적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 이전에도 부족했던 소아 의료 공백 역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소아 중환자는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만 진료가 가능한데, 전공의의 부재로 인해 중환자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환자의 진료가 매우 어려워졌다. 응급실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진료 자체가 불가하거나, 정해진 시간 동안에만 한정적으로 환자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응급실에서 소아가 진료를 보지 못한 일이 생겼다. 한 부모는 아이가 자다가 갑작스럽게 구토를 하는 등 아픔을 호소해 대학병원 응급실에 데리고 갔지만, 파업으로 인한 의사의 부재로 진통제 주사 한 대와 약 외에는 처방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이의 부모는 “이 사태가 지속되다가 죽는 사람이 생기면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토로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큰 우려를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에 한국아동복지학회는 2월 23일 성명서를 통해 “많은 아동이 심각한 의료 공백 상황에 놓일 위기에 있다.”며 “아동의 건강권은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전공의 선생님들께서 하루속히 의료현장으로 돌아오셔서 572만 명의 아동 건강권을 지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의사와 정부가 대립하는 현 상황에 한쪽이 먼저 목소리를 낮출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많은 시민 단체는 전공의 파업을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의사들의 즉각적인 파업 중단, 의사들과 정부 사이의 즉각 협상, 의사들의 환자 진료 복귀 등 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들은 시민들도 이번 파업으로 인한 문제들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낸다.
  사람을 치료하고 살리는 직업인 의사들이 이번에 일으킨 집단 동으로 인해 의료계에 큰 혼란이 일어났다. 이로 인한 환자의 사망 사고와 같은 사건은 의사의 역할을 생각해 본다면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례는 앞으로도 일어나선 안 된다. 이 같은 일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사 간의 대화와 타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루빨리 정부와 의사들 간의 원활한 소통으로 이 사태가 완화되길 바란다.

원지현·신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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