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나의 연구, 나의 교육] ChatGPT 단상(斷想)
[교수칼럼-나의 연구, 나의 교육] ChatGPT 단상(斷想)
  • 언론출판원
  • 승인 2024.02.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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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인 ChatGPT나 Copilot의 등장이 고등교육 분야에서 교육과 연구의 패러다임을 급속도로 재편하고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AI) 기술의 변화는 수업 성취도 증진과 연구 질 향상이라는 대학의 본질적인 목표 달성 과정에 새로운 수단으로 작용하면서, 교육목표 달성을 제약하던 기존의 다양한 장벽들을 해소하는 혁신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 교육과정에서의 ChatGPT 활용은 교육목표 달성을 위한 일종의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특히 빅데이터 분석 및 콘텐츠 생성 과정에서는 고급 코딩 기술과 수학적 계산의 어려움을 감소시킴으로써 교육과 연구의 본질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는 학생과 교수진이 학습과 연구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잘 활용된다면 교육의 효율성 또한 극대화될 수 있다.

  ‘AI 역설’이라는 용어에서도 보듯이 현재 AI 기술은 부지불식간에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AI 역설’은 AI가 더 이상 언급조차 필요 없는 일상적인 존재로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에서 사용하는 ‘캄 테크(Calm Technology)’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기술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영역에서의 AI 기술과 생활세계의 자연스러운 통합은 대학에서도 AI를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대학의 현실은 이러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외부 환경과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LLM 활용 방법에 대한 능동적이고 체계적인 대학교육은 미흡한 실정이다. 구성원들이 첨단 AI 언어모델의 장점을 교육과정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혁신 수용 지체(Innovation Adoption Lag)’ 현상만 보일 뿐이다. ChatGPT 등 LLM이 가진 한계와 윤리적 문제, 예측하지 못한 결과 등에 대한 숙고는 더더욱 부족하다.

  향후 대학의 인문학 교육과 LLM의 융합은 문제해결에 필요한 ‘전략적 사고’를 생성·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전략적 사고’란 전략 결정 혹은 문제해결에 필요한 동태성, 창의성, 논리성, 통합성 등과 같은 합리적인 사고를 의미한다. 단기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분석·해석하고, 특히 단계적인 추론 과정과 ‘창의적’이고 ‘통합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문제를 구조화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의 이면에는 인문학과 ChatGPT의 융합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ChatGPT가 등장한 지 약 15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Plugins, GPTs 기능을 통해 ChatGPT의 문제해결 능력과 수준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지만, 대학이나 구성원들의 학습과 적응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쏟아지는 다양한 데이터와 폭증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불확실성과 인지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대학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인문학 교육과 ChatGPT 활용 능력을 융합한 ‘내공(naked strength)’ 쌓기가 필수적인데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권경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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