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그래도 아직은 살기 좋은 세상”
[월영지] “그래도 아직은 살기 좋은 세상”
  • 정지인 기자
  • 승인 2024.01.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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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록달록 빛나던 네온사인으로 가득했던 화려한 연말이 끝나고 새로운 한 해가 찾아왔다. 한 해가 저물 때마다 지난 추억과 더불어 많은 생각이 들곤 한다. 나는 해가 지날수록 우리 사회가 더 삭막해지고 얼음처럼 차갑게 변화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릴 적 이웃과 나누던 덕담이나 정(情)도 너무나 희미해졌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물가는 점점 오르고 집값은 더 멀리 도망 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들어 버린 걸까. 그러나 보이지 않는 한편에서 ‘그래도 아직은 살기 좋은 세상’이라 느끼게 하는 도움의 손길을 주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다. 이에 따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랑의 열매나 불우이웃 저금통 등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선행을 베푸 는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것들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고, 현재는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매년 연말이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성금을 몰래 놓고 사라지는 ‘얼굴 없는 천사’가 등장한다. ‘얼굴 없는 천사’는 이름도 직업도 알리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라 불리는 이는 무려 24년 동안 성금을 전하고 있다. 총금액은 9억 6,479만 원에 달한다. 또, ‘경남 기부 천사’라 불리는 이는 2017년부터 매년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꾸준히 성금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작년에는 약 5,900만 원의 성금과 함께 손편지를 경남사회 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전달했다. 이러한 사회 곳곳에 있는 천사들 덕에 각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은 조금이나마 더 따스한 겨울을 보내고 희망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금전적인 도움 이외에 소소한 선행들도 존재한다. 지난해 대전의 한 도로에서 유리병에 담긴 음료를 운반하던 트럭 운전기사의 실수로 도로 곳곳에 유리병이 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수의 음료 박스와 깨진 유리 조각들로 도로 위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를 발견한 경찰이 먼저 유리 조각을 치우기 시작하자 이를 발견한 시민들은 경찰을 도와 유리 조각을 인도 위로 옮기며 힘을 보탰다. 도로 정리를 시작한 지 30여 분 만에 깨끗하게 변했다. 이러한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노고를 다한 경찰과 남의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나의 일처럼 열심히 도운 시민들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나는 이러한 선행을 볼 때면 ‘그래도 아직 대한민국의 정은 따뜻하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지난 몇 년간 우리의 일상부터 경제까지 엄청난 타격을 줬 던 코로나19 때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 서 많은 이들의 선행이 존재했다. 이러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정상적인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하고 어려운 이웃들도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 ‘살기 좋은 세상’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도 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작은 선행부터 실천해 올해 말에는 스스로 뿌듯한 한 해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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