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아들 녀석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갈지 기대가 되면서도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가 성장해 온 과정을 되돌아보면 나를 포함해서 동시대를 살아온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지금의 시대도 달라진 부분은 있겠지만 비슷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더 강도 높은 노력을 하기도 한다. 자신이든 타인이든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목표의 대학에 입학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졸업이 다가오면 취업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 또다시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목표의 직업을 갖거나 직장에 합격하기 위해 수많은 청년들이 스트레스와 함께 열심히 살아간다. 그다음은 결혼을 목표로, 결혼 후에는 자녀의 교육과 대학 진학, 취업에 대한 목표들의 사이클을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취업을 최종 목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고, 취업 성공을 통해 자신의 인생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취업을 준비하는 자에게는 취업이 최종 목표로 설정될 수 있겠지만, 사회의 입장에서는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일 뿐이다. 해당 직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규칙을 배워 가고 하나씩 경험을 쌓아 가는 과정을 무수히 많이 거쳐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취업을 위해 학점과 영어 점수, 자격증과 공모전 입상 등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갖추어야 하는 지금 대학생들의 일상은 안쓰럽고 고단해 보인다. 이런 것들이 자신의 지식수준과 실력을 증명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회에서는 맡겨진 과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역량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수단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말 중요하게 갖추어야 하는 역량은 스펙 자체가 아닌 그것을 갖추기 위해서 혹은 갖추는 과정에서 훈련된 성실함과 겸손함,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능력, 실패와 성취의 경험들, 과업을 이해하고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관점, 동료들과 협업하고 원만히 의사소통하는 역량,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인내하고 포용하는 마음 등과 같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다. 이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attitude”가 중요하다라는 말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일과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것들은 단시간에 길러질 수 없고 매우 긴 시간 동안 때로는 평생토록 발전해 가는 역량들이기도 하다.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프로젝트를 지도하면서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이러한 역량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3년 전 어떤 수업에서 내용이 너무 어려웠는지 학생들이 농담으로 “교수님, 저희들을 제발 포기해 주세요.”라는 말을 듣고 나도 농담으로 “난 포기할 생각이 없는데… 너희가 날 포기하면 어쩔 수 없고...”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또 한 번은 학생들이 너무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기특해서 “여러분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 느껴져서 나도 이 시간 최선을 다해서 강의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고 성장해 갈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최선을 다하는 교수자로 나도 학생들과 함께 성장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늘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 내는 우리 학생들을 응원한다.
윤주성(기계공학부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