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자동차세 전면 개편
30년 만에 자동차세 전면 개편
  • 문정호 기자
  • 승인 2023.10.11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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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세의 기준을 배기량 대신 차량 가격으로

 

 

  나라에서 세금을 부과할 때 대부분은 물건의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자동차의 경우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비싼 차를 탄다고 더 많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현재 자동차세는 배기량을 부가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는 그 밖의 승용차로 분류되어 가격이나 크기와 관계없이 일반 자동차에 비해 적은 세금을 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는 30년 만에 자동차세를 전면 개편하기로 결정하였다. 새롭게 변화한 자동차세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지난 8월 정부에서는 자동차세 부과 기준을 차량 배기량에서 가격으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고가의 수입 차량이 늘고 전기차의 보급이 확산되며 배기량에 따른 과세 방식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되었다. 이에 대통령실은 9월 1일부터 9월 21일까지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세 재산 기준개선’에 대한 국민 참여 토론을 시작했다. 또한 행정안전부는 내년 2024년 상반기까지 자동차세 개편안을 마련하여 하반기 중에 지방세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 현재 자동차세의 실태

  보통 세계 여러 국가에서 세금을 징수하는 기준은 가격이다. 집은 비쌀수록 보유세를 많이 내고, 물건을 구매할 때 발생하는 부가세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세는 기타 다른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가격과 달리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다. 그렇기에 2,800만 원짜리 국산 차량을 타는 경우 1년 자동차세는 약 52만 원 정도이다. 또, 1억 원이 넘는 외제 차나 전기차는 국산 차량의 4분 의 1 정도인 13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는 그 밖의 승용차로 분류되어 가격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13만 원만 내고 있다. 이렇게 자동차세를 배기량 기준으로 하면 국산 차량을 소유한 사람들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차량을 타지만 세금은 더 많이 부과하게 된다.

  자동차는 준조세 성격의 공채를 포함해서 11개의 과세 항목이 존재하고 차량의 크기, 종류, 용도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다. 자동차세는 자동차 소유에 따른 재산세 성격과 환경오염 등 사회적 비용 발생에 따른 부담금 성격을 지닌 조세이다. 자동차세의 경우 2021 년 약 5.5조 원의 세금이 징수되었고, 개별소비세 등 등록 단계 세금과 유류세를 포함할 경우 자동차 관련 세금은 총 46.4조 원이다. 이는 전체 세수의 약 10.2%를 차지한다. 그런 만큼 과세의 적합성이나 타당성 측면에서 여러 논란이 존재한다. 물론 과거에는 배기량이 클수록 차가 비쌌기 때문에 배기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징수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기술의 발달로 가격은 비싸지만 배기량이 적으며 연비도 좋은 차들도 속속히 나오고 있다. 또한 전기차의 경우 배기량이란 개념이 없다. 이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중이다.

  실제 국민 토론에서도 6:1비율로 자동차세 개편을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환경오염을 생각하여 전기차와 수소차의 자동차세를 감면하더라도 차량 가격에 따른 차등적인 부과가 필요 하다는 주장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가 지난 9월 18일 30년 만에 자동차세 전면 개편 계획을 밝혔다.

 

☑ 자동차세 개편의 필요성은

  대통령실에서 시행한 국민 참여 토론 결과 자동차세 부과 시 적용되는 배기량 기준을 개선하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은 배기량 기준은 자동차에 대한 공정 과세 실현, 기술 발전 등을 고려해 차량 가격 등 다른 기준으로 대처하거나 추가·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한국지방세연구원과 함께 이달 중 자동차세 개편 추진단을 구성하고 전문가, 관계 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상반기까지 개편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개편안 마련 후 국내외 이해관계자와 산업계 의견 수렴, 공청회를 거쳐 내년 하반기 지방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에서는 자동차세 개편에 대해 한국지방세연구원에 의뢰하며 검토하는 중이었다. 지방세연구원이 2022년 12월에 발간한 ‘자동차세 과세표준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과세표준을 가격 기준 과 환경지표로 나눠 개편하고 환경지표로 내연차량은 CO2 배출량 을, 전기차량은 중량을 과세표준으로 삼자는 내용이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비싸면서도 내연기관이 없거나 배기량이 작은 친환경 자동차와 외국산 자동차의 시장 비중이 확대되었다. 그렇기에 현행 자동차세 제도는 배기량과 재산 가치의 비례관계가 훼손 되었고, 지방세수도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 13.5만 대에서 2030년에는 30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자동차세 제도가 유지된다면 지방세수가 줄어들 것이다.

 

☑ 자동차세 개편에 문제는 없을까?

  자동차세를 배기량 기준으로 유지한다면 재산, 환경오염 등 자동차가 가지는 복합적인 성격을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대형차 보유 자는 유지, 관리 비용을 감당할 소득이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태 다. 또한 세제 개편에 나설 경우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외국 과의 조약에 어긋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과거에도 자동차세 개편을 요구하는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개정안이 매번 국회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계류되었고, 가장 큰 반대 요인은 한미FTA로 꼽혔다. 우리나라는 한미FTA 자동차 협상 결과에 따라 자동차 취득 시에 발생하는 특별소비세 과세 구간 을 3단계에서 2단계로, 자동차 보유 시에 발생하는 자동차세 과세 구간을 5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미국은 한국의 배 기량 기준 자동차세가 대형차 위주의 자국산 자동차의 수입을 막 는 차별적 규정이라고 주장했고, 우리나라가 이를 수용하면서 달라진 규정이다.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의 자동차세 개편을 제한하는 내용도 합의문에 추가하였다. 한미FTA 자동차 협정에는 ‘대한민국이 차종별 세율 차이를 확대하기 위해 배기량 기준에 기초한 새로 운 조세를 채택하거나 기존의 조세를 수정할 수 없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는 우리 입장에서 결과적으로 국가의 조세제도를 바꾸는 데 제한을 준 독소조항이 되었다.

  자동차세가 개편되면 세금을 더 내야하는 사람과 세금이 덜 걷히는 지자체에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되겠지만 과세 목적에 부합하는 과세표준의 정합성과 친환경차 보급 의 정책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개편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해외의 다양한 자동차세 부과 사례를 봐도 모두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도 세제 개편 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그렇기에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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