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얼어붙었던 분단의 동토(凍土)에 아지랑이 봄바람이 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회담이 성사되어 모처럼 이 땅에 따스한 기운이 넘치는가 싶더니, 연이은 북미 정상회담 낭보는 진정 평화의 봄이 오는 것을 절감하는 듯했다. 하나 북미 정상들의 상호 비방과 회담 취소 소식에 우리는 조금 낙담했다. 그렇지! 기쁜 소식이 그리 쉽사리 겹치기는 어려운가라고 생각했다.
지난 며칠 간, 한반도를 둘러싼 평화의 시계추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움직였다. 5월 24일,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폭파한 직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서한을 통해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하면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언급한 회담 취소 이유로 북한의 적대적 태도를 꼽았다.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 얼뜨기’라고 비난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북한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미국을 비난했던 북한 김계관 부상이 태도를 전격적으로 바꿔 직접 화해 메시지를 밝힌 것이었다.
여기에 위기 상황 속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깜짝 만남을 통해 다시 한 번 중재자로 나섰다. 김정은 위원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내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보였다.
2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그 결과 북미 정상회담 시간과 장소가 12일 싱가포르로 최종 확정됐다. 지난 달 2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회담 취소 발표와 하루 만의 번복 의사 표명, 북미 양측 실무 협상, 김영철 북 노동당 부위원장의 뉴욕·워싱턴 방문 등을 거친 결과다.
취소부터 재추진까지 단 3일, 반전을 거듭한 한반도 정세의 결말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우리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 있는 것 같다. 유종의 미(!)를 거두길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