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정일근의 발밤발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23.10.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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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깜깜한 밤하늘에서 조금만 기우뚱하면 별이 다 쏟아질 듯한 수많은 별을 만나본 사람이라면 공통의 궁금함이 있습니다. 그 별들을 보면서 ‘도대체 밤하늘의 별은 몇 개나 될까?’라는 생각을 누구든 해보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많은 별 중에서 ‘내 별’을 정해 소원을 빌고, 별을 하나둘 헤아려보다가 잠이 들곤 했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우주의 개념을 이해하면서 별을 헤아리는 일이 불가능한 사실이라는 것 또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만, 그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별을 사랑했던, 식민지 시인이었던 ‘동주’(尹東柱, 1917~1945)는 ‘별 헤는 밤’이란 시에서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라고 자신있게 노래했지만, 시인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란 걸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주의 별이 몇 개쯤 되는지 계산을 한 답이 나왔습니다. 물론 정확한 개수가 아니라 ‘대략적인 수’를 계산한 것입니다.

  호주 국립대학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별이 7×10²²개쯤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7조×100억 개, 즉 7에 0을 무려 22개 붙인 숫자입니다. 이는 인간이 평생을 헤아려도 다 헤아리지 못하는 큰 숫자입니다. 지구에 있는 사막과 바다에 있는 모래알의 개수보다 수십 또는 수백 배나 많은 양이라고 합니다. 만약 우주의 별이 모여 한꺼번에 펼쳐지는 장관을 만난다면 우리에겐 놀라 혼비백산할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호주 국립대학 천문학자들이 별 헤는 데 사용한 조사 방법은 우주의 일정 부분을 계산해 전체에 적용했다고 합니다. 해서 우리가 헤아리지도 확인하지도 못할 숫자이지만 우주의 별이 ‘7조×100억 개’쯤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여기에 우주는 광활하고 계속 팽창하고 있으니 별 또한 계속 늘어나 하늘엔 별의 개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을 것입니다.

  별은 언제나 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만 요즘 우리는 별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고 착각하며 별을 잊고 삽니다. 그건 밤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밤하늘이 어둡지 않아 생긴 착각입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가 대도시로 발전하며 요란한 불빛과 두꺼운 대기오염이 우리와 별 사이를 가리고 있습니다.

  별을 보지 못하는 일은 그리움을 잃어버리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별 헤는 일은 소중한 것의 이름을 잊지 않고 다시 헤아리는 일입니다. 별을 헤아려보지 못한 사람은 7조×100억 개의 그리움을 모두 잃어버린 사람일 것입니다. 텅 빈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일 것입니다. 시인 동주는 별 하나에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했던 아름다운 것들의 이름을 부르다 마지막엔 북간도에 있는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습니까.

  가을엔 별 헤기 좋은 밤이 이어집니다. 이 계절에 별 만나기 위해 훌쩍 떠나길 권합니다. 청춘의 시간에 별과 만나 별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다시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지 모릅니다. 별을 헤아리다 새벽이 온다 한들 두려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역시 시인 동주는 알고 있었습니다. 별을 다 못헤는 그 이유를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이라고 이미 오래전에 노래했습니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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