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가야를 품은 말이산 고분군
아라가야를 품은 말이산 고분군
  • 김민준 기자
  • 승인 2023.09.0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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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문화재를 넘어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사진 출처: 문화재청
사진 출처: 문화재청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UNESCO)에서는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15개 항목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중에도 우리 지역이 위치한 경상도 내에는 합천 해인사와 양산 통도사, 그리고 남계서원이 문화유산으로 포함되어 있고, 함안 말이산 고분군을 포함한 가야 고분군이 등재를 앞두고 있다. 앞서 경남대학보에서 다룬 세계문화유산 탐방기를 마무리하면서, 차기 세계유산 등재가 유력한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 대해 알아보자. / 문화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사적지는 전 세계로부터 보존할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국가 차원에서 보호와 관리를 담당하게 된다. 특히 유네스코의 선정 과정은 매우 까다롭기로 알려졌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탁월한 보편적 가치, 진정성, 완전성, 총 3가지의 기준을 유네스코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이러한 까다로운 기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13건의 문화유산과 2건의 자연유산을 인정받아 아시아 내에서 세계유산 등재 숫자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우리 지역 내에 위치한 가야 고분군이 차기 문화유산 등재가 유력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중이다.

 

# 팔만대장경을 보유한 합천 해인사

  합천 해인사는 802년 신라 애장왕 때 창건된 사찰로, 해인(海印)의 뜻은 ‘부처의 지혜’를 의미한다. 국내 3대 사찰 중 하나인 법보사찰에 해당하는 해인사는 부처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팔만대장경’을 소장 중이다. 대장경은 ‘불경을 기록한 경전’이라는 의미로, 해인사에 보관되고 있는 대장경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하여 ‘고려대장경’이라 불리기도 한다. 흔히 알려진 ‘팔만대장경’이라는 이름은 해인사가 소장한 경판의 수가 총 81,258매에 달해 붙여진 이름이다.

  해인사가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장소인 장경판전에 있다. 목판인 ‘팔만대장경’의 특성상 쉽게 무르거나 썩을 수 있는데, 제작 이후 약 750년이 지난 현재까지 온전히 모습을 지키고 있는 데에는 장경판전의 역할이 크다. 이 장경판전은 실내에 들어온 공기가 건물 내부에 순환해 적정 온도로 유지되도록 설계되었다. 더불어 판가를 5개 층으로 구성하고 건물 바닥에 숯을 깔아 습도 조절이 가능한 환경이다. 이 덕분에 해인사 장경판전은 세계 유일의 대장경판 보관용 건물이자 유물 보호 용 목조건물의 가치를 인정받아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어 장경판전에 소장된 고려대장경판과 제경판도 역사적 기록성을 인정받아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 신라 불교의 기둥, 양산 통도사

  양산 통도사는 신라 시대인 646년,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됐다. 통도사도 합천 해인사와 함께 국내 3대 사찰 중 하나인 삼보사찰로,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의 사리를 보존하고 있어 국내 불교계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 통도(通道)라는 이름은 건립 당시에 승려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통도사의 금강계단을 통과해야 한다는 의미로 붙었다. 이러한 의미를 증명하듯 금강계단이 지어진 이후부터 통도사가 불법과 계율의 근본이 되어 신라 불교 체계화의 중심지가 되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오랜 역사를 지닌 통도사는 금강계단을 비롯해 보물 21점 및 지방유형문화재 46건을 포함해 3만여 점의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이 덕분에 지난 2018년, 유네스코로부터 창건 이후 현재까지 이어진 지속성, 그리고 한국 불교와 관련된 깊은 역사성을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했다.

 

# 서원 양식의 전형, 함양 남계서원

  조선 명종 7년(1552)에 지어진 남계서원은 조선 전기 대유학자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1450~1504)을 배향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우리나라 서원 양식의 전형을 잘 보여주고 있는 남계서원은 정여창의 고향이자 영호남의 경계인 함양군 수동면에 위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리적 특성 덕분에 영호남의 문화교류와 왕래가 잦아 문향의 풍속을 지니고 있다.

  서원 건립 직후에는 건축을 주도한 강익을 중심으로 함양 유림이 사액을 청하는 소를 올렸고, 명종 21년(1566)에 사액을 받게 됐다. 사액이란 국왕으로부터 서원의 이름이 적힌 현판 액자를 하사받고, 공식적인 지원을 받는 서원이라는 뜻이다. 사액을 받은 이후부터 남계서원은 인근 사족들이 유숙하면서 학문을 강론하고 시를 지어 화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남계서원은 우리나라 서원의 전형적인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어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특히 서원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경계가 설정되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 아라가야의 중심, 함안 말이산 고분군

  아라가야 지배층의 묘역인 말이산 고분군은 함안군 가야읍 말이산에 위치한다. 말이산 고분군을 비롯해 아라가야의 영역 또는 영향력 아래였던 지역의 유적에서는 ‘화염문투창고배’로 대표되는 아라가야 양식 특유의 토기들이 출토된다. 따라서 화염문투창고배가 출토된 말이산 고분군 또한 아라가야의 고분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대의 지명부터 왕릉급의 고분, 왕성의 존재, 양식화된 토기들, 정체성을 표상하는 유물들의 존재가 확인된다. 이 덕분에 말이산 고분군을 아라가야의 중심지이자 가야 문화 일부로 보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문명 다양성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는 가야 고분군은 지난 5월에 유네스코의 자문 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로부터 ‘등재 권고’ 평가를 받았다. 현재까지 자문 기구로부터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대부분 등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말이산 고분군을 비롯한 가야 고분군 또한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심사는 오는 9월 16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과연 함안 말이산 고분군을 포함한 가야 고분군이 세계유산 등재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세계유산 등재는 해당 문화재가 어느 특정 국가 또는 민족의 유산을 떠나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유산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소재한 지역 공동체 및 국가는 자긍심을 고취하고, 보유한 유산의 가치를 재인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더 이상 유산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가능한 원본 상태로 보존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우들도 지역의 문화재이자 세계인의 유산인 해인사, 통도사, 남계서원, 그리고 UNESCO 등재 후보인 말이산 고분군을 비롯한 가야 고분군에 많은 관심과 자부심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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